[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28. 나는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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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컴퓨터 테크놀로지가 주도하는 이미지 문명이 현대사회의 커다란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영상문화학회의 활동은 시대적 요청 같은 것이다.

이와 직접 관련된 공학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상당수의 인문.사회과학도 이러한 문명사적 변화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20~30년전 여러 프랑스 사회학자들이 문명의 변화를 예견했던 거의 일치한다.

가령 휠치뇨니는 그것을 '이미지 문명' 으로, 기 드보르는 '스펙타클의 사회' 로, 장 보드리야르는 이미지의 상품적 국면이 유희하는 '시뮬라시옹의 시대' 로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셀 마페졸리는 새 문명을 '여성적 감성문명' 으로 정의하면서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매개하는 수단이 언어가 아니라 가볍고 감각적인 '영상 이미지' 라고 했다.

이런 변화는 회화. 사진. 건축. 애니메이션. 디자인. 영화 등 전통적인 이미지 예술분야들이 다양한 이미지연구, 즉 영상인식론, 이미지의 정치성과 이데올로기성, 이미지의 고고학과 역사, 이미지의 포에틱스 (시학) 등을 중심으로 새 틀을 형성하길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학제간 연구가 불가피하다.

회화와 영화가 대화하고, 문학과 건축이 소통하며, 컴퓨터 애니메이션 공학이 문학서사학과 만날 뿐만 아니라 디자인.건축이 인문학을 가로 질러야 하는 것이다.

한국영상문화학회는 바로 그런 마당이다.

김동윤 <건국대학교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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