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생명력·넉넉함-환기미술관 '생성과 상상'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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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가을만큼 자연의 부드러움과 넉넉함이 그리워지는 때도 없다. 환기미술관 (02 - 391 - 7701) 의 '생성과 상상' 전은 6인의 작가가 '자연에서의 휴식' 으로 초대하는 전시회. 강미선.정종미 (동양화).구보경.백미혜 (서양화).심문섭 (조각).차계남 (설치) 등이 식물이 갖는 생명력과 여유로움을 구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10월10일까지.

이 작가들의 공통점은 모두 '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한 것이더라' 는 식으로 무위 (無爲) 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정종미씨의 채색화는 직접 짜낸 콩기름과 황토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가까이서 보면 단색화지만 멀리서 보면 산과 들과 마을의 형상이 떠오르는 '몽유도원도' 가 특히 관심을 모은다.

강미선씨의 '마음의 풍경' 연작은 수많은 종이 배접을 통해 독특한 화면의 균열을 만든 뒤 먹으로 간결한 붓질을 한 것. 구보경씨의 '비오는 날' 시리즈는 수없이 많은 붓터치 끝에 태어난 말간 화면 위에 식물을 표현, 문인화적 풍모를 느끼게 한다.

이밖에 환기미술관 3층 중정 (中庭)에 설치된 차계남씨의 삼베를 이용한 작업과 심문섭씨의 오래된 농기구를 연상케 하는 목재 조각도 눈에 띈다.

이 전시를 기획한 강재영 큐레이터는 "근원 김용준의 글 '회화로 나타나는 향토색의 음미' 를 읽다가 '뜰 앞에 일수화를 조용히 심는 듯한 한적한 작품들이 우리의 귀중한 예술일 것이다' 는 구절에서 힌트를 얻어 투명한 정신세계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작가들을 소개하게 됐다" 며 "관람객들이 여백의 미와 절제를 강조하는 우리식 미니멀리즘에서 마음의 여유를 느꼈으면 한다" 고 밝혔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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