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서 '엔'으로 대역류…세계금융시장 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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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의 엔화 가치가 달러당 1백9엔대로 급등하고 미국의 주가는 연일 떨어지는 등 세계 경제 흐름이 급박하다.

전문가들은 엔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게다가 최근 엔고에 따라 외환시장에서는 유럽.일본의 기관투자가들 외에 미국계 헤지펀드까지 가세하는 투기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미 주가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탈 조짐이 나타나는 등 '거품' 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일본 엔화 급등 = 미국이 금리를 재인상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일본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근본원인이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앤 파커 밀스 연구원은 "미 국채와 주식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일본으로 몰리고 있다" 고 분석했다.

그동안 "지나친 엔고는 바람직하지 않다" 며 시장개입 가능성을 흘리던 일 대장성과 중앙은행 당국자들 사이에 시장개입을 포기하는 듯한 분위기가 번지는 것도 엔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단기적으로 이달 초에 달러당 1백5엔, 장기적으로는 1백엔까지 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주가가 대폭 하락하든가 아니면 오는 10일께 발표되는 2분기 성장률이 비관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한 지금의 엔고 추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톰슨 글로벌 마켓의 마거릿 쿠다라우스카스 수석외환분석가는 "일본 주식을 구입하려는 엔화 수요가 계속되는 한 1백8엔대가 쉽게 무너지고 곧 1백5엔대까지 이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엔고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의 왕윤종 (王允鍾) 실장은 "2분기에 30%를 기록한 전자제품 수출증가율이 3분기에는 50%로 뛰는 등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뚜렷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국제무역팀 조희근 (曺喜根) 조사역은 "엔고는 일본으로부터의 설비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부정적일 수도 있으나 플러스 효과가 더욱 크다" 고 분석했다.

◇ 미국 주가 급락 = 지난달 24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단기금리를 인상한 뒤에도 기세좋게 올라가던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지난달 25일 11, 326.04포인트로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내리 하락세다.

이와 관련, 이제 과열 증시의 거품이 폭발할 시점에 임박했다는 게 FRB를 비롯한 거품론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2%대의 낮은 인플레에 4%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뉴욕 증시의 주가는 과거 5년간 연평균 25%씩 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주식형 뮤추얼펀드에 맡겨놓은 돈을 빼내가기 시작했다.

주가가 그동안 오를 만큼 올랐는데 주가 폭락의 불안감속에 사느니 미리 현찰을 챙기자는 심산이다.

그러나 금융관계자들은 지난 87년의 주가 대폭락 이후의 경험으로 미루어 약 25% 정도까지의 폭락은 미국 경제를 위기로까지 몰고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주가가 폭락할 경우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불가능해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워싱턴 = 김종수.도쿄 = 남윤호 특파원,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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