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참가하는 중국 배우 장원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2면

“나의 첫 연출 작품을 한국 관객들 앞에 선보이게 돼 아주 기뻐요. 한국 팬들이 좋아하실 거라 믿어요.”

중국에서 연기파 여배우로 평가받는 장원리(蔣雯麗·43·사진)가 감독 데뷔작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8~16일)에 참석한다.

장은 상수도 공장 노동자로 3년간 일하다 베이징영화학원을 졸업했다. ‘중국식 이혼’ 등 23편의 방송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지난해 ‘금혼(金婚)’이란 작품으로 중국 최고 연기자상을 받았다. 한국 팬들에게는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에서 장궈룽(張國榮)의 어머니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붉은 수수밭’ ‘국두(菊豆)’에서 촬영감독을 맡았던 구창웨이(顧長衛)와 결혼했다. 남편이 감독한 ‘입춘(立春)’에 주연으로 나왔다. 1989년부터 13편의 영화에 출연한 뒤 감독으로 변신했다. 8일 개막한 부산 국제영화제에 그의 데뷔작 ‘우리 하늘에서 만나요(我們天上見)’가 12편이 겨루는 경쟁 부문에 중국 대륙 영화로는 유일하게 초청됐다. 11일 부산에 도착해 폐막식 때까지 머물 예정인 그를 최근 베이징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과의 인연은.

“이번에 처음 가보지만 인연은 적지 않다. 상하이(上海)영화제 심사위원으로서 강제규 감독을 알게됐으며,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즐겨 봤다.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 열성팬이다.”

-데뷔작이 초청받았는데.

“시나리오 제작에서 촬영·편집까지 3년간 공을 들였다. 편집이 그리도 힘든 줄 미처 몰랐다.”

-문화대혁명이 배경인데.

“내용의 80%는 경험담이다. 문혁 때 아버지가 오지인 신장(新疆)으로 가서 노동을 하는 바람에 할아버지와 함께 자라면서 겪었던 일들을 영화로 만들었다. 원래 3부작으로 찍으려 했지만 너무 힘들어 고민이다.”

-영화 속 배경과 달리 개혁·개방 30년간 중국이 몰라보게 변했는데.

“중국은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부족한 게 많다. 사람들은 너무 바빠졌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국가 대사와 문학을 이야기했다. 당시엔 가난해도 이상으로 버틸 수 있었다. 대문도 안 닫고 지낼 만큼 사람끼리 서로 믿었으며, 친밀했다. 요즘은 다들 돈을 얼마나 버느냐에만 관심이 있다.”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는.

“영혼을 건드리는 작품을 만든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을 존경한다. 연기자로서는 메릴 스트립을 좋아한다.”

-한·중 영화 교류를 어떻게 전망하나.

“중국 영화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 그러나 아직은 빼어난 작품이 부족하다. ‘집으로’ 등 한국 영화 수준은 훌륭하다. 양국 영화 교류와 협력의 여지는 아주 크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