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음악교육법 인기…유아들 놀면서 음감 느끼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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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 8월31일 오후 4시쯤 강남 수서 청소년수련관 강당의 아마데우스 클래스 유아반 교습현장. 5~6세쯤 되는 아이들 다섯 명이 모여 강사와 함께 껑충거리고 걷고 뛰며 신이 났다.

공을 리듬에 맞춰 튀기는가 하면 커다란 그림 건반 위를 왔다 갔다 하며 노래를 부른다. 피아노 앞에 앉아 기계적으로 악보를 보고 따라치는 기존 악기 교습법과는 완전히 다르다.

"일단 지겹게 타이프 치듯 하는 손가락 연습에서 해방돼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아이를 데리고 수업에 온 주부 김미정 (34.서울강남구일원동) 씨의 말이다.

최근 아마데우스 클래스 프로그램.코다이 교수법.오르프 교수법.유리드믹스 교육법 등 새 음악교육법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새 음악교육법은 아이들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가르치고 리듬감.음감을 자발적으로 느끼도록 프로그램을 짠 것이 특징.

'김현주의 신나는 리듬여행' (SBS프로덕션) 등 아이들에게 음감과 리듬감을 계발시켜 준다는 비디오들과 음반들의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아마데우스 클래스만 해도 백화점 문화센터와 공공기관 56곳에서 가르칠 정도. 교습법 인증을 받은 공식 개인교습기관도 전국에 70여 곳이나 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아마데우스클래스 음악교육연구소 성진희 (成鎭姬) 소장은 "그림 그리기.율동.음악듣기 등 포괄적인 활동을 통해 음악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고 말한다.

어느 정도 음악을 즐기게 되면 수준과 상관없이 여러 명이 함께 피아노 교습을 받는데 양손 구사가 서툴면 반주부분은 디지털 피아노의 조력을 받기도 한다.

헝가리교육자 졸탄 코다이가 창안한 코다이 교습법은 민요를 강조하고 합창교육으로 청감을 개발하는 방식. 한국코다이연구소 조홍기 (趙洪基) 소장은 "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등 아이들이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우리 전래동요를 활용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독일의 작곡가 칼 오르프가 20년 무렵부터 발전시킨 오르프 교습법은 리듬에 맞춰 걷기.기기.손뼉치기 같은 자연스런 몸동작을 해보고 빠르기.셈.여림 등의 개념을 익히게 하는 것.

또 메탈로폰.핸드드럼.리듬스틱 같은 어린이가 쉽게 익힐 수 있는 독특한 악기를 이용해 아이가 스스로 선율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다.

유리드믹스 교습법으로 음악교육을 하고 있는 로얄음악원 유회자 (柳會子) 원장은 "신체표현을 통해 음악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고 설명했다.

높은 음은 머리를 만지고 낮은 음은 무릎을 만지는 식으로 즐겁게 율동을 하다 보면 음감을 깨우치게 된다는 것. 이는 스위스 음악가 에밀쟈크 달크로즈가 창안했다.

기계적으로 건반을 두드리는 음악교육보다 어린이들의 호응이 큰 것은 사실. 하지만 단기간에 급속도로 퍼지다 보니 부작용도 있다.

일부 연구소의 강사 훈련과정이 짧은 것도 그중 하나. 최근 '오르프 음악교육의 이론과 실제' 라는 책을 낸 서울교대부설 초등음악연구소 조효임 (趙孝任) 소장은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이 단지 몇주간의 과정만 이수하고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고 말했다. 오히려 아이의 창의력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하고 자연스런 음감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

또 외국노래를 가사만 바꿔 부르게 하거나 외국교재를 단순히 번역해 쓰는 경우도 있어 국내 교재 마련도 시급하다.

일부 음악수업의 경우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에 수업료로 10만원이나 내야해 지나치게 비싼 것도 흠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이런 음악교육을 하고 싶다면 부모가 좋은 교사를 가려내는 것이 첫째라고 말한다.

성소장은 "음악 조기교육의 성패는 교사의 자질" 이라며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는 자세가 몸에 배 있는 교사인가를 살펴볼 것" 을 당부했다.

조소장도 "교사가 그 자리에서 음악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즉흥 연주 실력과 기술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라" 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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