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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야기] 햄버거와 콜라를 위한 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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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와 콜라로 상징되는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제 상식으로 통한다. 비만과 동맥경화 등 성인병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선 햄버거 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이 제기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콜라가 충치를 유발했다는 내용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

햄버거를 먹거나 콜라를 마시면 건강 문외한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해로운 측면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를 마치 유해물질이나 되는 것처럼 무조건 꺼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식품에 관한 한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란 말 그대로 간편하고 빠르게 열량을 제공하는 식품을 말한다. 햄버거 한 개만 해도 600㎉ 정도의 열량을 갖고 있다. 성인 한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열량이 2000 ~ 2500㎉ 정도임을 감안할 때 한끼 식사로 충분한 열량이다. 만일 바쁜 일정으로 식사하기 곤란한 사람이 햄버거를 먹어 끼니를 때우는 것은 어찌 보면 타당한 선택이다. 굶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가 고칼로리 식품이란 상식도 과장된 측면이 크다.

맥도날드의 빅맥이 590㎉, 버거킹의 와퍼는 680㎉, KFC의 치킨 불고기버거는 448㎉ 정도 된다. 하지만 우리 한식도 돌냄비 가락국수가 565㎉, 볶음밥 617㎉, 떡볶이 482㎉, 비빔밥 500㎉ 정도 열량을 갖고 있다. 비만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열량이란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같은 열량이라도 한식은 탄수화물이 많은 반면 패스트푸드엔 지방이 많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지방이나 탄수화물이나 과잉열량이 해롭긴 모두 마찬가지다. 탄수화물도 많이 섭취하면 혈액 중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 고지혈증을 유발하고 지방간과 복부비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콜라도 마찬가지다. 콜라를 마시면 치아가 썩는다는 상식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콜라는 젤리나 캐러멜.비스킷.인절미.요구르트보다 충치를 일으킬 확률이 낮은 식품으로 분류된다. 콜라 속에 치아를 넣고 몇시간 지나면 부식 현상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콜라는 입에 수 초간 머무른 뒤 바로 목 뒤로 넘어가므로 콜라 한 두 잔 마신다고 충치가 생기진 않는다. 콜라 속의 카페인 피해도 과대포장된 감이 있다. 콜라 250㎖ 한 캔당 24㎎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원두커피의 4분의 1, 차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적은 양이다. 중독 현상이나 불면증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란 것이다.

햄버거나 콜라를 옹호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패스트푸드는 분명 문제가 많은 식품이다. 정규 식단에 비해 무기질과 비타민 함량이 적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칼로리의 흡수속도가 빠른 것도 문제다. 췌장에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스트푸드는 간편하고 신속한 열량 제공이란 측면에서 선용할 여지가 충분한 식품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식사대용으로 선택한 패스트푸드까지 죄책감을 갖고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하겠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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