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 레옹의 그 남자, 작정하고 웃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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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들, 참 난해하다. 코미디인 줄 알고 본 영화는 신파이고, 공포인 줄 알고 갔더니 실소가 나오는 코미디이기 십상이다. 다시 말해 예고편만 믿고 극장표 샀다가는 속기 쉽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프랑스 영화 '셧업'(27일 개봉)은 절대로 관객을 속이지 않는 아주 정직한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작정하고 웃기는 정통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양념을 섞고 쓸데없는 교훈까지 주려다보니 중간에 길을 잃고마는 요즘의 적잖은 한국 코미디물과 달리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으로 밀고나간다. 억지웃음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화장실 유머 하나 없이 재치있는 대사와 엉뚱한 상황설정만으로 웃기는 실력이 대단하다. 여기에 '레옹'의 장 르노와 '그린카드'의 제라르 드 파르디외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까지도 흠잡을 데 없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내 이름은 퀀틴, 고향은 몽타주"라는 자기 소개로 시작해 쉴새없이 재잘거리는 퀀틴(제라르 드 파르디외)은 수다로 사람을 죽이는 킬러. 그가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진짜 킬러 루비(장 르노)를 자기 멋대로 친구라고 생각해 좌충우돌 사고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머리는 모자라지만 힘은 누구보다 센 퀀틴은 그냥 말만 많은 게 아니라 상대방이 기분나빠 할 말도 서슴지 않아 아무도 그를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교도소에서도 같은 방을 쓰는 감방 동기마다 번번이 그의 기분나쁜 수다에 폭발한 나머지 퀀틴에게 덤비다 반쯤 죽어 실려나온다. 그런 퀀틴에게 친구가 생긴다. 동업자인 갱조직 두목의 여자를 사랑하던 진짜 킬러 루비는 두목이 연인을 살해하자 복수할 작정으로 두목의 돈을 가로채다 교도소에 들어온다. 실연의 상처에 복수심으로 입을 닫아버린 루비. 경찰은 루비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 퀀틴을 루비의 감방으로 보낸다. 퀀틴은 무슨 말을 해도 듣기만 하는 루비를 친구라고 여겨 교도소 탈출계획을 짠다. 진짜 킬러 루비가 복잡한 방법으로 탈출을 감행하기 직전, 퀀틴은 전화 한통으로 6분 만에 탈출에 성공한다. 루비를 데리고서.

바보가 킬러를 납치하는 말도 안되는 탈옥을 시작으로 경찰과 갱단에 쫓기는 두 사람의 엉뚱한 모험이 이어진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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