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1년] 절반이 극빈층 … 끼니 거르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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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영구임대아파트 단지(1500여 세대) 뒤편은 개화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옆에는 하수처리장이 두 개 있다. 오.폐수를 가득 실은 대형 트럭 10여 대가 매일 이곳을 오간다. 여름철엔 역겨운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외면하는 지역이다. 게다가 단지 앞 일반 아파트 주민은 임대아파트 주민과 섞이는 걸 원치 않는다. "아파트 담장을 높이자"는 요구가 나온다. 임대아파트 주민은 1993년 이곳에 들어온 뒤 '가난 섬'으로 고립돼 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의 절반(49%.748세대)은 국민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다. 12세 이하 아이들만 따질 경우 63%(119명)가 수급대상이다. 게다가 주민 중 장애인 수가 750명이나 된다. 고립된 데다 부모의 장애로 집안 일을 도맡아야 하는 아이가 40명을 웃돈다.

초등학교 5년생 이모(12)양이 그런 경우다. 부모가 모두 1급 시각장애인이어서 수업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온 이양을 기다리는 것은 설거지와 밥짓기 등의 살림살이다. 부모를 위해 동화책을 읽어 드리고 초등학교 3년생인 여동생을 챙기는 것도 이양의 몫이다. 사실상 가정을 떠맡은 셈이다. 관할 동사무소에선 "부모가 장애인인 경우 아이들은 숨으려고만 할 뿐 이웃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방화2종합사회복지관의 정현경 사회복지사는 "끼니를 거르는 아이가 많은 탓인지 학생들의 체격이 전반적으로 왜소하다"며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본드를 마시는 등 어린 나이에 탈선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위 스타트 시범마을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종합사회복지관 황종성 관장은 "사회복지관 3층 전체를 위 스타트 교실로 개조하고, 결연사업을 확대하는 등 아이들에게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특별취재팀=하지윤.이재훈.최상연.이원진 기자, 사진=김춘식.김상선.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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