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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tart 1년] 강북의 '가난 섬'… 결손가정 5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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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강북구 번동에는 10평 남짓한 영구임대아파트 5000여 가구가 있다. 전국 최초의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로 1990년 문을 열었다. 애초 무허가 판잣집이 난립하던 곳으로 88서울올림픽을 전후에 도시미화 차원에서 지역 정비의 기회를 얻었다. 대규모 임대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자 생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전국에서 밀려들었다. 주민 중엔 국민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대략 주민 8명 중 1명꼴이다. 임대아파트 주민만 계산하면 수급권자 비율이 41.6%에 달한다. 강북의 대표적인 저소득층 밀집 지역인 셈이다.

소년소녀 가장 등 결손가정 비율도 매우 높다. 문제는 이 같은 결손가정 비율이 최근 급속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번동 3단지 종합사회복지관 김익수 과장은 "경제가 어려운 탓에 조손가정(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 빚 등에 내몰리던 젊은 부모의 가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초등학생인 두 손자와 함께 사는 전모(62) 할머니가 그렇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며느리가 얼마 전 가출한 뒤 아들은 최근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전씨는 "큰 손자마저 심장이 좋지 않아 막막하다"며 "위 스타트 마을로 지정되면 아이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번동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결손가정 어린이 중엔 주위가 산만하거나 불안감을 보이는 학습장애 어린이가 적지 않아 중학교 중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번동 3단지 종합사회복지관 김혜자 자문위원은 "주민 대다수가 가난의 대물림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결국 교육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위 스타트 마을 지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하지윤.이재훈.최상연.이원진 기자, 사진=김춘식.김상선.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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