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나사 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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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의 한국가스공사 국정감사장. 공사의 방만경영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가스공사 직원이 순직하면 배우자나 직계가족을 특별채용하게 돼 있나?”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그렇다.”

▶김 의원=“특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특채해야 한다’고 돼 있다. 신분 상속이다. 민간업체에서 이런 임단협을 봤나.”

▶주 사장=“(노조와) 협의하고 있다.”

▶김 의원=“연평균 33명이 회사 돈으로 국내외 장기위탁교육을 받는다. 20년만 근무하면 전부 유학을 보내주는 회사가 어디 있나.”

▶주 사장=“….”

방만경영을 질타하는 데 여야가 따로 없었다. “뒤죽박죽” “나사가 풀렸다”는 말도 여러 번 나왔다. 가스공사는 5조원의 미수금 등으로 부채가 400%에 달한다.

지경위 정장선(민주당) 위원장은 “1년 전 질의한 내용과 상당히 비슷하다.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결과를 보여달라”고 다그쳤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도 “국내 연수자에게 체재비와 항공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거들었다. 이 밖에 ▶퇴직자들이 설립한 회사에 하청 몰아주기 관행 ▶불임시술비 1억3000만원 지급 ▶대학생 자녀 장학금으로 지난해부터 2억4000만원을 지급한 사실 등도 도마에 올랐다. 주 사장은 “부끄럽게 생각한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계약 잘못으로 수년간 일본보다 LNG를 비싸게 들여온 사실도 드러났다.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본지가 보도한 기사(‘LNG 9년간 일본보다 비싸게 수입’, 6월 3일자 1·18면)와 일본 무역진흥협회의 자료에 근거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보다 매년 12~28% 비싸게 수입했다”며 “비싸게 사들여도 이를 정부가 보전해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가스요금 오른다=주 사장은 “미수금 회수를 위해서는 ㎥당 30원 정도의 추가 요금인상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2012년까지 미수금 4조6000억원을 전액 회수하려면 ㎥당 가스요금을 현재보다 44.35원 올려야 된다”고 지적하자 이렇게 답했다. 지식경제부 김정관 에너지자원실장도 “내년 1월부터 가스요금을 연료비 연동제로 복귀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초 가스요금은 연료비(원가)에 따라 2개월마다 조정돼 왔지만 금융위기 이후 서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동제가 중지됐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3년간 할증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며 “할증된 금액을 기초로 연료비에 따라 가스요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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