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 증언 이틀째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회 법사위의 옷 로비 의혹 청문회 이틀째인 24일 첫번째 증인으로 나선 연정희 (延貞姬) 씨는 "부끄러운 자리" 라고 수차례 되풀이하면서도 의원들의 질의엔 부인으로 일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라스포사.앙드레 김.나나부티크 등 고급의상실에 대한 延씨의 출입시기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고질적인 호화 쇼핑벽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 고 집요하게 물었다.

국민회의 의원들은 延씨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는 등 두둔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이 때문에 여야 의원들은 신문도중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 두둔한 여당 = 延씨가 결백을 주장하며 억울하다고 거듭 호소하자 한나라당 안상수 (安商守) 의원은 분통이 터진 듯 "증인이 답변하는 걸 보니까 '깃털만 남고 몸통은 어디 갔나'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고 비아냥댔다.

그러자 국민회의 의석에서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조찬형 (趙贊衡) 의원은 "깃털이 어딨어" "야단치지 말고 해" 라고 고함쳤고, 한영애 (韓英愛) 의원은 목요상 (睦堯相) 위원장에게 주의를 주라고 요구. 특히 韓의원은 자신의 신문시간 대부분을 延씨를 거드는데 할애했다.

그는 "내가 조사해보니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이나 증인 (延씨) 이 생각보다 검소하더라. 나는 확신을 갖고 있다" 며 적극적으로 延씨편을 들었다.

韓의원은 나아가 "그런데 공교롭게도 딸 결혼식이 있었고, 다른 장관들과 어울려 언필칭 그런 (옷)가게에서 옷을 산 게 이런 억울한 일을 초래한 것 아니냐" 며 신문인지 해명인지 모를 정도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延씨는 "바로 그거다" 라고 화답. 韓의원은 또 延씨가 사치스런 소비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정형근 (鄭亨根) 의원을 겨냥, 延씨가 미리 준비해온 바지 정장을 鄭의원 등에게 보여주라고 延씨에게 코치했다.

延씨는 이 옷을 쳐들어보이면서 "84년 한 상설 할인매장에서 산 것으로 헤진 곳을 누벼 아직도 입고 있다" 고 말한 뒤 "김칫거리도 없을 정도로 살았다" 고 주장. 국민회의 조홍규 (趙洪奎) 의원도 신문도중 延씨에게 '억울함' 을 호소할 발언기회를 제공해 여야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延씨는 "현재 심경을 한번 얘기해 보라" 는 趙의원의 유도성 질문에 미리 작성해온 쪽지를 보며 "나는 이번 사건으로 30여년의 삶이 갈갈이 찢긴 가장 큰 피해자" 라며 울먹였다.

이에 한나라당 소속 睦위원장은 즉각 趙의원에게 "지금 신문하라고 시간을 준 것" 이라고 주의를 줬고 야당 의원들도 야유. 그러자 趙의원은 한나라당 의석을 향해 "위원장이 내 신문 스타일을 어떻게 아나" 라고 소리쳤다.

◇ 나훈아 쇼 티켓 구입자는 延씨 = 정형근 의원은 延씨가 강인덕 (康仁德) 전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 (裵貞淑) 씨 등과 함께 구경간 '나훈아 쇼' 의 티켓을 산 주인공임을 밝혀냈다.

鄭의원은 "그 티켓을 누가 샀느냐" 고 延씨에게 물었으나 延씨는 "거기 가긴 갔다" 며 잠시 딴청. 鄭의원이 "증인이 표를 사지 않았느냐" 고 거듭 따지자 延씨는 잠깐 망설이는 눈치를 보이다가 "네" 라고 답변.

鄭의원은 또 청와대 사직동팀 (경찰청 조사과) 내사를 지휘한 박주선 (朴柱宣)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延씨를 만나 "형수님, 왜 매일같이 강남에 쇼핑하러 가시는 거죠. 자중하세요" 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으나 延씨는 "朴비서관을 밖에서 만난 일이 없다" "로비고 뭐고 들어본 적이 없다" 고 답변.

이상일.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