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 가족과 즐기는 '문화관광지'로 탈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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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여름의 끝자리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 들녘에는 누런 벼, 지붕에는 박넝굴, 채마밭에는 고추가 소담스럽게 익어간다.

풍요로운 가을을 그려내는 소품들이다.

언제 열대야 (熱帶夜)가 있었냐는듯 아침 저녁 제법 선선한 바람도 불어온다.

1천8백여명의 관람객이 입추의 여지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하회별신굿탈놀이 (중요 무형문화재 제69호) 상설무대. 굿거리장단에 맞춰 각시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탈춤 한마당이 시작된다.

느린 굿거리장단과 때로는 빠른 세마치장단에 맞춰 50여분동안 탈춤놀이가 펼쳐지면 관객들은 어깨춤이 절로 난다.

영국여왕의 방문을 계기로 국내 최고의 관광명소로 발돋움한 안동 하회마을. 7월말까지 지난해에 비해 3백20%가 증가한 74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 탈놀이전시관 상설무대에서 열리는 하회별신굿탈놀이는 관광객들에게 최고 인기 프로그램. 하회마을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다양한 양식의 살림집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고건축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소슬대문을 세운 거대한 규모의 양진당.충효당.북촌댁.하동고택의 양반집과 서민 가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충효당내 영모각에 들어서면 서애 류성룡선생이 지은 징비록과 선조가 내린 교지 등 유물이 보관돼 있다.

하회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탈박물관에는 한국탈 19종 2백점과 외국탈 1백여점이 소장돼 있다.

하회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부용대다.

그곳은 지보면소재지에서 일반도로 917호선을 이용해 잠수교를 건너 화천서원으로 이어지는 왼편 둑방길을 따라 가면 된다.

화천서원에서 언덕을 따라 5분여 오르면 부용대에 닿는다.

병산서원은 하회마을 입구에서 왼편 비포장도로를 따라 약 5㎞정도 들어가야 한다.

이곳들은 모두 승용차가 있어야 접근이 가능하다.

이밖에 민속박물관.도산서원.봉정사도 안동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힌다.

안동댐옆에 있는 민속박물관에서는 사람의 일생과 안동지방의 중요민속놀이를 재현한 모형들을 통해 옛 선조들의 삶을 읽을 수 있다.

퇴계 이황선생이 제자를 양성했던 도산서원은 경관이 좋은 언덕에 위치해 있으며 최근에는 안동댐의 물이 언덕아래까지 들어차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다.

안동에서 봉화방향은 27㎞ 떨어져 있으며 하루 4차례 시내버스가 운행된다.

수도권지역에서 떠나는 안동여행은 최소한 1박2일의 여정을 잡아야 한다.

하회마을.민속박물관.도산서원은 한곳에 몰려있지 않아 여행동선 (動線) 이 길다.

별신굿 탈놀이 상설공연이 토.일요일 오후 3시에 열리는 것을 감안해 도산서원을 둘러보고 일요일에 박물관과 하회마을을 찾는 것이 좋다.

오는 10월1일부터 10일까지 안동에서는 국제 탈춤 페스티벌이 열린다.

국내 전통 탈춤은 물론 6개국의 민속무용단이 참가, 탈춤 한마당을 펼치게 된다.

안동으로 떠나는 역사기행은 계절의 길목에서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글.사진 =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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