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으로 임대사업- '부동산뮤추얼펀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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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폭등하고 있는 전셋값에 대한 안정대책으로 고객이 맡긴 돈으로 임대사업을 하고 수익금은 고객에게 배분해주는 일명 '부동산 뮤추얼펀드' 제도 도입이 추진된다.

또 준공후 미분양된 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임대주거용으로 바꾸면 취득세.등록세를 감면하는 것과 현재 30년으로 돼 있는 아파트의 감가상각기간을 단축, 임대사업자에 대한 사업소득세를 경감해주는 방안이 건의됐다.

정부는 24일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기획예산처.서울시.주택공사.국토연구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전셋값 상승과 관련한 합동회의를 열어 전셋값 안정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정부는 과거와는 달리 임대료 규제 등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하지 않고 공급을 확대하고 임대사업을 활성화하는 등 외곽지원에만 나선다는 쪽으로 기본입장을 정하고 있다.

◇ 논의 내용 = 건교부는 투자신탁회사가 고객이 맡긴 돈으로 임대주택사업을 하고 수익금은 고객에게 배분해주는 부동산 투자신탁제도를 조속히 도입, 민간 임대주택 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 이 자금으로 임대주택을 추가로 건설하는 '자산담보부채권 (ABS)' 발행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국토연구원은 정부가 최근 두채 이상 주택소유자도 임대사업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취득세.등록세 감면이 확정되지 않아 이를 조속히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국토연과 주공은 이와 함께 다가구와 다세대 주택의 개.보수 및 신축할 때 지원해주는 국민주택기금 (가구당 1천만원, 연 8%) 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서울시는 잠실 등 5개 저밀도지구 재건축 사업의 착공 시기를 분산, 전세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저밀도 아파트 사업승인 시기조정 심의위원회' 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

건교부는 이밖에 올해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11만가구에서 12만가구로 늘리고 내년에도 1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 전셋값 왜 오르나 = 건교부는 전세 갱신 계약이 상반기에 집중된 데다 경기침체로 미뤘던 결혼.분가 수요가 늘고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이주세대가 증가한 것도 전셋값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최근의 전셋값 폭등 인식은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충격으로 지난해 전셋값이 급락한 데 따라 단기간에 반등폭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즉 현재 전셋값은 IMF 이전에 비해 아직도 평균 91% 수준에 불과하며 단기간에 전셋값이 회복되면서 체감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등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전셋값이 오르는 지역도 서울과 신도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 한정된 현상이며 다른 지역은 아직 오름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하반기 중 수도권에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7만9천가구나 집중 공급되고 전국에 미분양아파트도 7만8천가구나 남아 있어 조만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 정부 입장 = 전셋값 안정을 위해 정부는 기본적으로 직접적인 시장 통제는 하지 않고 공급 측면에서 가격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경우 자칫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정부는 임대사업을 활성화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등 외곽 지원책을 적극 편다는 방침이다.

이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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