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미로운 발라드 마술사 바카라크 헌정음반 출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나이 지긋한 팝팬들이라면 69년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에서 폴 뉴먼과 캐서린 로스가 자전거를 타며 정겹게 노는 순간 흘러나오는 발라드 '빗방울이 머리위에 떨어지네'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의 감미로움을 잊지 못할 것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 카펜터스가 불러 빅히트한 '당신에게 가까이' (Close to You) 도 기억날 것이다.

'달콤한 발라드' 가 뭔지 보여준 명곡들이다.

폴 매카트니,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함께 20세기 팝뮤직 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의 하나로 꼽히는 버트 바카라크. 그의 음악성은 이 두 곡을 작곡했다는 사실만으로 쉽게 입증된다.

그 음악세계 전모를 일별해볼 음반 '어느 놀라운 밤' (One Amazing Night) 이 이 나왔다.

이 음반은 그의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4월 8일 뉴욕 해머스타인 볼룸에서 열린 헌정공연 실황을 담았다.

쉐릴 크로, 디온 워익, 벤 폴즈 파이브, 배어네이키드 레이디스 등 내로라 하는 팝스타들이 '빗방울이…' '당신에게…' 등 그의 대표곡 11곡을 개성껏 연주했다.

이중 피아노로 록을 연주하는 이색그룹 벤 폴즈 파이브가 부른 '빗방울이…' 가 한창 국내 방송을 타며 인기를 몰고 있다.

음반에 12번째로 수록된 '알피' 는 바카라크 본인이 연주한 곡으로 66년과 67년 쉐어, 디온 워익이 각각 불러 빌보드차트 15위까지 오른 노래다.

6곡의 빌보드 1위곡, 28곡의 톱 텐 히트곡, 66곡의 톱 40 히트곡을 갖고 있는 그는 곡을 지을 때 긴장 (텐션) 을 주지않고 조 (調) 바꿈등 기교도 부리지 않으며 직선적인 멜로디로 승부를 내는 '이지 리스닝' (쉽게 듣는 성인 팝) 의 대가다.

그의 음악은 종종 '뮤작' (진지한 뮤직이 아닌 소비용 음악) , '엘리베이터 뮤직' (승강기나 로비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이란 말도 듣는다.

그러나 깃털베개처럼 편안하면서 설탕을 뿌려놓은 듯 달콤한 선율 제조력에 이의를 거는 사람은 없다.

29년 미주리에서 태어난 바카라크는 소년시절 미국을 휩쓸었던 비밥 (빠르고 강렬한 연주가 특징인 재즈의 한 갈래) 의 세례속에서 음악적 감수성을 길렀다.

52년 군제대 후 로컬 밴드의 지휘자로 데뷔, 컨트리록을 작곡하다 60년대 이후 멜로디를 강조한 리듬 앤드 블루스로 장르를 넓혀 히트곡을 양산했다.

록과 재즈, 소울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소화력을 바탕으로 로니 밀셉.스티비 원더, 엘튼 존 등을 스타덤에 올렸다.

그의 전성기는 80년대까지 계속됐다.

86년 패티 라벨과 마이클 맥도날드가 부른 '내 스스로' (On My Own) 는 그의 마지막 빌보드 1위곡이 됐다.

그러면서도 90년대 들어서 올드팝을 배경에 까는 '샘플링송' 이 유행함에 따라 그는 여전히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펑크록 스타 엘비스 코스텔로와 공동제작한음반 '기억으로부터의 채색' 은 미국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칠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우아한 은발신사 바카라크의 모습은 국내 개봉된 영화 '오스틴 파워' 에서 볼 수 있다.

엘비스 코스텔로와 함께 거리의 악사로 출연,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 를 멋지게 연주한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