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리더] 스카이 브리지사 사장 파스칼 수리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속도 - 인터넷 업계 초미의 과제다.

그러나 전화선이나 케이블 등 지상의 선에 매달리는 전통적인 방식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

이제 희망은 땅이 아닌 하늘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프랑스 스카이브리지의 파스칼 수리스 (37.사진) 사장이 서있다.

스카이브리지는 프랑스 통신회사 알카텔의 주도로 97년 설립된 다국적 위성통신 전문회사다.

수리스는 위성을 통해 전세계 인터넷망을 연결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이같은 구상은 수리스가 처음 내놓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리스의 방식이 지금까지 나온 어떤 것보다 현실적이다.

수리스가 이끄는 스카이브리지는 2002년까지 80개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올린다.

미국의 록히드마틴.휴즈 일렉트로닉 등 군사위성에서부터 잔뼈가 굵은 쟁쟁한 회사들보다 앞선 일정이다.

특히 보잉.모토로라.마이크로소프트가 연대한 텔레데식보다 1년 빨리 위성을 발사한다.

이 때문에 그녀는 그동안 인터넷 분야에서 미국에 밀려온 유럽 통신업계의 자존심으로 여겨진다.

들어가기도, 나오기도 힘들다는 파리 고등사범 통신학교를 졸업한 수리스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다.

앞서가지만 결코 너무 빨리 가지는 않는다는 것. 그녀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 사용료가 비싸면 인터넷 위성은 무용지물" 이라고 단언한다.

텔레데식이 1백50억달러의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 비해 스카이브리지의 투자는 42억달러에 불과하다.

대신 위성의 기능은 지상과의 교신에만 초점을 맞춰 단순화했다.

최근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위성휴대통신 이리듐이 파산하면서 수리스의 '맞춤투자' 전략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스카이브리지가 현재 제시하고 있는 가격은 송수신장비 설치비를 포함한 2천달러 (약 2백40만원) 의 가입비와 월 사용료 50달러 (약 6만원) .이 정도면 통신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 케이블 사용료로 내는 돈보다 더 낫다는 평이다.

수리스 사장은 합리적 가격을 바탕으로 출범 첫해 2백만 가입자를 장담하고 있다.

공학도 출신인 그녀는 90~94년 프랑스 산업부.정보통신부에서 일하며통신산업 전반을 보는 눈을 갖게 됐다.

95년 알카텔에 입사해 위성사업 부문을 전담, 마침내 위성통신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최고경영자 (CEO) 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월스트리트 저널이 주최한 '기술 정상회담' 에 미래의 지도자로 초청되기도 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