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무죄판결 정치권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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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YS) 전 대통령은 20일 오전 서울 근교에서 등산하던 도중 '환란 (換亂) 재판' 소식을 들었다.

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지만 표정은 환해졌다고 한 측근은 밝혔다.

이를 반영한 듯 YS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 (朴鍾雄) 의원은 "사필귀정 (事必歸正)" 이라고 큰소리쳤다.

朴의원은 "현 정권이 환란과 관련해 모든 책임을 YS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 강경식.김인호씨를 기소했으나 그런 정치적 무리수는 사법정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고 논평했다.

그는 "이제 YS의 활동공간도 넓어질 것" 이라고 예고했다.

여당은 불쾌감 속에 침묵했고, 야당은 환영했다.

국민회의 이영일 (李榮一) 대변인은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논평을 내지 않겠다" 며 애써 외면했다.

자민련 이양희 (李良熙) 대변인도 "환란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엄정한 심판이 내려졌다고 본다" 며 "판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사철 (李思哲) 대변인은 "대통령이 감사원에 (환란 감사를) 지시하고, 검찰은 그 결과를 충실히 수행해 (姜.金씨를) 기소한 전형적인 정치재판이었다" 며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했다" 고 말했다.

하지만 李대변인은 YS와 관련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YS와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미묘한 관계를 의식한 탓인 듯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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