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자회담이 최선” 한국, 공식 논평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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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제사회 반응 미국·중국·일본 등 국제사회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입장과 관련해 한목소리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미 국무부 이언 켈리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북한과 양자 대화를 할 용의를 유지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내부적으론 6자회담을 완강히 거부하던 북한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하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을 통한 북·미 간 양자대화가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접촉에서 어떤 제안을 내놓을지에 따라 6자회담 성사 등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수행해 평양을 방문 중인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북·미 양자회담이 6자회담을 대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이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상호 관계를 개선한다면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상은 6일 “북·미 양자대화는 6자회담의 틀 내에서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며 “6자회담이 곧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무부 아태담당 차관은 “북한이 6자회담 협상으로 돌아올 준비가 돼 있다는 데 대해 환영한 다”면서 즉각적인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워싱턴·베이징·도쿄=김정욱·장세정·김동호 특파원



신중한 한국 6자회담에 조건부로 복귀할 뜻을 비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다.

청와대나 외교통상부도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들은 대체로 “6자회담에 복귀할 의사를 보였다는 점에서 일견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미 대화에 무게를 두는 북한의 종전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1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로부터 직접 북·중 회담 결과를 설명받고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반응이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행사에 참석해 “북한이 6자회담과 관련해 이미 끝났다고 말한 상황에서 다자 회담에 나온다는 것 자체로는 환영할 만한 것”이라면서도 “그 진의는 관계국과 협의를 통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한두 달 전의 입장보다는 앞서 나간 입장이라 본다”고 전제한 뒤 “확실히 6자회담에 돌아오겠다는 것에는 아직 못 미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규모 원조를 제공한 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결의에 저촉되는지에 대해서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영준·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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