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교원도 교육감 선거권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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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교육감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을 학교운영위원 전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을 추진중이던 정부가 돌연 학부모대표와 지역대표위원만 선거에 참여시키고 교원대표 학교운영위원을 선거인단에서 제외시키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소식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교육부는 곧 개정법안을 마련, 법제처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올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

교원이 교육감 선거인단에서 배제돼서는 안되는 이유를 몇가지 지적코자 한다.

첫째, 교육감의 가장 중요한 역할과 기능은 시.도교육자치단체 장학행정의 집행기관이요, 책임자라는 데 있다.

시.도지사가 있는데도 교육분야만 유독 별도로 교육감을 두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교육감이 장학기능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의 정도와 실천방식에 따라 그 시.도의 장학행정의 성패가 결정되므로 교육감의 장학관 (奬學觀) 과 교육의 전문성은 중요하다.

따라서 교육은 고도의 전문직이므로 장학에 대한 철학과 교육의 전문성에 대한 올바른 판단은 교원생활을 직접 해 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현행 헌법도 교육의 3대 정신인 교육의 전문성.자주성.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교육의 전문성 보장은 바로 교육의 전문성을 가진 교원이 교육자치의 장인 교육감선거에 참여함으로써 교육감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화 돼야 가능하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현행 교육자치법에서도 교육감 선출시 교원단체추천 교원대표는 학교운영위선거인 총수의 3%를 반드시 포함토록 돼 있는 것이다.

학부모 위원은 어디까지나 자녀가 당해학교에 재학하고 있을 당시에만 한시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다시 말해 의사결정의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자칫 학부모대표와 지역대표만 선거인단으로 구성한다면 오히려 정치적 소용돌이에 의한 선거후유증이 더 커질 수 있다.

교육감은 학부모회 회장이 아니라 시.도 교육행정의 대표요, 교원의 대표임을 차제에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교원의 선거인단 참여비율이 당연히 높아야 한다.

둘째, 교육자치의 기본원리인 주민통제의 원리에 따라 학부모와 지역주민대표로만 선거인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논리는 '주민통제' 의 개념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교육자치의 4대 원리에는 지방분권, 전문적 관리, 일반행정과 분리독립과 함께 주민통제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주민통제의 원리라는 말은 교원을 교육감 선거인단에서 제외하고 주민만이 투표에 참여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는 미국의 교육자치제도에서 도입된 개념으로서 모든 납세자가 교육감의 행정을 일일이 간섭할 수 없으니 주민 (납세자) 의 대표인 교육위원을 선출해 교육행정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당연히 교원이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에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셋째, 피인사권자인 교원이 인사권자인 교육감을 선출할 수 없다거나, 교원노조의 경우 노측인 교원이 사측인 교육감을 선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모든 국민의 참정권 차원에서 위헌소지가 있다.

국가의 대통령을 뽑는데 있어서조차도 신분관계에 따라 투표권이 제약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사리가 분명해질 것이다.

이처럼 결국 교육감 선거에서 교원을 제외한다는 발상은 여러모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당국은 명심했으면 한다.

이군현 과기원 과학연재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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