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허용 첫날] 기관 환매 봉쇄…쇼크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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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실상 수익증권 환매 첫날인 16일 우려했던 대규모 환매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16일 오후 3시 현재 대형 증권.투신 7개사에 들어온 환매신청 규모는 5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7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80% 정도임을 감안하면 전체 환매신청 규모는 6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금감위는 추산하고 있다.

5조4천억원 가운데 지급된 돈은 1조3천6백억원으로, 시간이 가면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환매신청은 기업.개인이 1조원이고 기관투자가가 4조4천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기업.개인에는 7천억원이 지급됐고 기관에는 6천2백억원이 나갔다.

금감위는 대부분의 기관이 환매신청을 취소하고 있어 실제 지급되는 돈은 평소 수준인 1조5천억~2조5천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5일 환매에 대응키 위해 10조7천억원의 지원을 은행들에 사전 요청해두었던 투신.증권사들은 이날 자금집행을 신청하지 않았다.

LG증권 금융상품부 최규선 차장은 "실제로 환매를 요청하는 손님들보다 가입한 상품의 대우채권 편입비중을 확인하려는 전화문의가 많다" 며 "조기에 환매하면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고 말했다.

대량 환매사태가 우려됐던 서울투신의 진수형 이사는 "개인들의 비중이 낮아 개인 환매규모는 크지 않은 상황이며, 법인들은 아직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분위기로 파악하고 있다" 고 말했다.

다만 특히 초단기 돈 굴리기에 많이 사용해온 머니 마켓 펀드 (MMF)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내돈 내가 찾겠다는데 왜 안주느냐" 며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 분주한 증권.투신사 = 투자신탁협회와 증권업협회는 이날 오전 7시30분 홀리데이 인 서울호텔에서 투신.증권사 사장단 합동 조찬모임을 갖고 금융감독위원회의 대우채권 만기연장 조치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시장에 불안을 느낀 일부 투자자들의 수익증권 환매에 따른 유동성 부족 및 이에 따른 환매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및 기타 금융권과 협력, 적극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또 증권.투신사들부터 채권매도를 자제하고 환매시 은행 등 기관보다 소액투자자들을 우선해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한편 유동성 부족시 증권금융에 1백% 예치된 고객예탁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협회에 요청했다.

◇ 당국도 설득 = 이날 투신 및 증권사들이 걱정했던 것은 금융기관들의 환매요청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오전부터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이들 기관의 환매를 사실상 봉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창구직원은 "상부에서 금융기관의 환매신청은 아예 받아주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며 "이미 환매를 신청한 기관도 스스로 환매요구를 취소하고 있다" 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 관계자는 "기업.개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금융기관이 앞장서서 환매 러시를 이끌 경우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것" 이라며 "금융기관이 알아서 환매를 자제해주도록 요청했다" 고 밝혀 창구지도 사실을 시인했다.

◇ 금융기관도 '자율 결의' =은행을 비롯해 보험.종금 등도 이날 오전 금융권별로 긴급모임을 갖고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를 자제하기로 결의했다.

임봉수.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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