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DJP 밀월…이총재-김덕룡 부총재 제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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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에 '개혁연대' 가 생겼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와 김덕룡 (金德龍) 부총재의 제휴를 양쪽에선 그렇게 부른다.

李총재는 오는 17일 미국에서 귀국하는 金부총재를 '뉴밀레니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할 방침이다.

그에게 '제2창당' 작업을 맡긴다는 얘기다.

金부총재도 기꺼이 도울 생각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얼마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지난해 수석부총재직 신설 여부를 논의하면서 신경전을 벌였고 감정의 앙금이 말끔히 가시지도 않았다.

밀착은 金부총재가 李총재와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의 충돌에서 李총재 쪽에 서면서 시작됐다.

YS가 민주산악회 재건방침을 밝히자 金부총재는 "한나라당이 '반 (反) DJP' 의 중심이 돼야 한다" 고 주장한 것. 이런 金부총재를 李총재는 다시 봤다고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YS의 핵심측근이던 金부총재니 李총재로선 고맙지 않을 수 없다.

李총재는 金부총재 출국 (지난 5일) 전 두번이나 만났다.

李총재는 "당신 주장대로 당을 쇄신할 테니 도와달라" 고 요청했다고 한다.

金부총재는 "총재가 야당성을 갖추고, 당을 수권정당으로 탈바꿈시키려고 노력한다면 돕겠다" 며 총리 해임건의안 같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李총재가 '제2의 민주화투쟁' 을 계속 외치는 까닭은 여권에 화가 난 탓도 있지만 이같은 '선명성 강화' 주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金부총재와 가까운 이사철 (李思哲) 의원을 대변인으로, 맹형규 (孟亨奎) 의원을 총재비서실장으로 각각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李대변인은 李총재와 金부총재가 '궁합' 을 맞출 경우 당내 소장파 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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