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실서 1급 발암물질 '라돈' 최대 12배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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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등학교 시설이 폐암 발병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라돈’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일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준선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전국 실내 라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총 661개 초등학교 중 89개교에서 라돈 검출량이 기준치보다 최대 12배나 높게 검출됐다.

라돈은 암석 또는 토양 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우라늄이 방사성 붕괴를 통해 생성되는 무색·무취의 기체로 이미 국제암연구센터(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으며 지난 달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지목해 허용 기준치를 100베크렐(Bq/㎥)로 낮춘 상태다.

조사에 따르면 라돈 검출량이 국내 기준치 148베크렐(Bq/㎥)을 초과하는 초등학교 수는 전국 17개 지자체 총 661개교 가운데 13.5%인 89개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가 86개교 중 27개교, 전라남도가 88개교 중 15개교, 경상북도와 충청북도가 각각 104개교·48개교 중 10개교·9개교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원도 일부 학교의 검출량은 최대 1788 베크럴로 기준치의 12배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환경부가 ‘전국 실내라돈 실태조사 및 라돈 농도 지도 작성을 위한 DB개발’을 목적으로 지난 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관공서 및 학교 등 공공건물 1100여개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관공서의 경우 라돈 검출량이 기준치 148베크렐(Bq/㎥)보다 4.4배 높은 650베크렐(Bq/㎥)이 검출됐다.

환경부는 “라돈은 토양이나 화강암류, 지하수, 건축자재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자연 방사성 물질이기 때문에 실내 라돈 농도 저감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준선 의원은 “환경부는 이미 국내 폐암 사망자 중 4~15%를 라돈 노출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실내 라돈 농도가 토양 공기 중의 라돈 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의원은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환경청(EPA)에서 라돈을 폐암 유발의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기준치를 10배 이상 강화한 만큼 우리 정부도 라돈 검출 기준치를 세계보건기구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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