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미그기 무슨 돈으로 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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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옛소련 연방국가를 통해 미그21 전투기 34대를 도입했다는 첩보가 우리 정부에 입수됐다.

총 구매가격이 무려 2억달러 가량이라니 경제난에 쪼들리는 북한이 그런 거금을 어디서 조달했느냐는 의문과 함께 당장 금강산관광 관련 수익금의 전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며칠전 재개된 금강산관광이 신변안전 보장방안 등에서 여전히 미흡하고 불안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원칙적으로 관광 자체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은 남북간 교류.협력의 상징이며, 지난달말까지 북한에 송금된 1억6천6백만달러도 단순한 관광대가를 넘어 남북화해를 바라는 남측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잖아도 미사일발사 움직임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한 판에 혹시 '금강산 달러' 가 전투기 구입에 쓰이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새로 제기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이달 들어서도 세계식량계획 (WFP)에 최근 수해와 관련한 식량지원을 요청했다는데, 미그기 도입이나 미사일 발사가 식량문제보다 더 다급하다는 말인가.

물론 북한이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그21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구형 전투기인 만큼 결정적인 위협요인은 아니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공대공 (空對空) 미사일 장착이 가능하고 현재도 북한전투기가 수적으로 우세하므로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도입 전투기에 미그21기보다 더 상위급 기종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주목을 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네바 4자회담 같은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한 자리에는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안으로 군사력 강화에만 힘을 쏟는 북한의 변함없는 태도일 것이다.

특히 6년3개월간 총 9억4천2백만달러로 예정된 금강산관광 관련 대북 송금액이 북한의 군비확장에 전용된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정부는 관련국과도 공조해 이같은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필요하다면 그때그때 국민에게 알리는 조치를 해야 한다.

매달 꼬박꼬박 송금되는 달러로 무기를 구입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어디 전투기뿐이겠는가.

정부는 지금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대북 송금액의 흐름을 나름대로 추적하고는 있다고 한다.

차제에 북한측과 교섭해 적어도 금강산 달러에 관한 한 평화적인 용도로만 쓰겠다는 구체적인 다짐을 받아내는 일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금강산 관광의 본래 의의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고, 북한측도 떳떳하다면 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만의 하나라도 미그기 구입자금에 금강산 관련수입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진다면 송금 중단을 포함, 대북 교류.협력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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