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여성] 인터넷'이매진' 상담원 67세 문옥동 할머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고희 (古稀) 를 바라보는 평범한 할머니가 사이버 세계에서 젊은이들을 다독거려주는 상담사로 변신,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최근 창간된 여성 웹진 '이매진 (http://imagine.or.kr)' 에서 '문할머니의 사이버 인생 상담' 코너를 맡고 있는 문옥동 (文玉東.67) 할머니. "난 상담 관련 전문 자격증도 없고 심리학을 배우지도 않았어요. 다만 내 인생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를 실어 고민하는 젊은이를 달래주려 애쓸 뿐이죠. " 문할머니는 겸손함부터 내보인다.

그녀가 컴퓨터통신을 배운 것은 지난 96년. 2남1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남편과 단출하게 사는 중에 새로운 활력을 얻고자 시작했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둘째아들과 전화요금 걱정없이 소식을 주고 받고 싶은 것도 큰 이유였다. 사설 복지단체의 무료 컴퓨터과정을 하루 4시간씩 일주일간 배워 바로 인터넷과 PC통신을 클릭할 수 있게 됐다. 하이텔 등에서 간간이 인생상담을 해주다가 '입소문' 이 나면서 이매진에 영입 (?) 된 것.

"시어머니가 83세로 돌아가실 때 (92년) 까지 30년간 혹독한 시집생활을 했어요. 이렇게 고생한 경험이 푸근한 상담의 밑거름이 되는 것 같아요. "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문할머니는 26세 때 홀어머니 슬하 외아들에게 시집을 가면서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50세 때 뒤늦게 소매업에 뛰어들어 슈퍼마켓을 경영하기도 했지만 시어머니가 폐암판정을 받자 이를 접고 다시 7년을 병간호에 매달려야 했다. 그동안 시누이와 조카까지 8명을 결혼시켰다.

문할머니는 "주로 20대 여성들로부터 이성문제, 신체적 결함 등을 고민하는 내용이 올라온다" 며 "상담 내용을 출력해 하루동안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하다가 답변을 쓴다" 고 설명한다.

그만큼 즉흥적인 답이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 그녀는 하이텔 '원로동' 운영위원으로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미국 노인들의 인터넷 사이트인 시니어넷 (http://www.seniornet.org)에도 자주 접속해 내용을 살핀다.

문 할머니는 "이매진에서 소외된 여성들에게 무료 E메일 계정을 나눠주는 '사랑의 E메일 보내기 운동' 을 펴고 있다" 며 "이 사업이 성공해 많은 여성들이 나처럼 새로운 세계와 접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고 미소를 지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