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영웅 황영조 "선수시절 자살 생각 "

중앙일보

입력

마라톤 스타 황영조(39ㆍ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가 "선수 시절 세 차례나 자살을 기도했었다"고 고백했다.

4일 스포츠조선에 따르면 황영조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힘들었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훈련 도중 세 번이나 달리는 트럭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트럭으로 뛰어든 때는 지난 1992년 벳푸-오이타 마라톤 대회를 위해 '지옥훈련'을 할 때였다. 그는 1991년 11월 일본 규슈 역전마라톤에 아시아대표로 출전했다가 15㎞ 벳푸 코스에서 일본의 풀코스 2시간9분대 선수를 이기면서 이 코스에 자신의 모든 걸 걸었고 대회를 한 달 앞두고 맹훈련에 돌입했다고 한다.

 당시 황영조는 일주일에 2~3회 5시간씩 뛰었다. 서울 대치동 숙소를 출발해 올림픽공원~국회의사당~아산병원~일자산~올림픽공원~아산병원~잠실 한강둔치~대치동 숙소에 이르는 코스였다.

그는 "네 시간 정도 뛰면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정상적 사고가 불가능해 거의 동물이 된다고 보면 맞다"며 "너무 힘들어 눈도 크게 못 뜨고 실눈 뜨고 뛴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뛰어야 하나. 내가 왜 마라톤을 했을까. 죽으면 편해지겠지'라고 생각했다. 나중엔 정신이 몸을 따라갔다"고 전했다.

황영조는 양재동에서 기어이 달리는 트럭에 뛰어들었고 다행히 운전사의 급제동으로 화는 면했다. 이후에도 두 번 더 트럭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세 차례나 시도한 자살은 모두 미수에 그쳤고 벳푸 코스는 사선을 넘나든 그에게 2시간8분47초라는 놀라운 기록을 안겨줬다.

황영조는 인터뷰에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는데 마라톤에서 만큼은 미친 소리다. 즐기기엔 너무나도 가혹한 운동"이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포기하고 싶었다. 벳푸에서, 바르셀로나에서 죽기 살기로 뛴 것도 운동을 빨리 그만두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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