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 강타] 수재민들 “우리 힘으로 복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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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대로 앉아서 구호물품과 복구장비만 오기를 기다릴 수만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찾아 나섭시다. " 3일 오전 9시40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초등학교. 문산리 주민 80여명이 모여 '긴급대책회의' 를 열었다.

회의는 고충과 불만 토로로 시작됐지만 결론은 '모두 힘을 합해 자율복구에 나서자' 는 것이었다.

이들은 4개의 팀으로 구성된 '이재민 대책위원회' 를 구성해 식수공급.생필품조달.대피소 질서유지.보상 및 지원협상 등의 분야로 일을 나눠 맡았다.

물 수급 임무를 맡은 7명은 지프에 올라탄 뒤 금촌.봉일천 등 주변지역으로 나가 소방서.정수장 등에서 먹을 물과 씻을 물 40여통을 담아왔다.

분유물을 위해서 주변상가들을 전전하며 휴대용 버너와 부탄가스까지 구해왔다.

수해 3일째를 맞아 식수.생필품난에 시달리고 있는 수재민들이 외부의 손길을 기다리다 못해 '대책반' 을 꾸리는 등 스스로 발벗고 나섰다.

특히 태풍 '올가' 의 북상 등 폭우가 계속, 구호물품의 지원이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더이상 정부의 지원만을 기다리다가는 더 큰 화를 당한다는 절박함이 수재민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외부와 고립돼 구호품이 미치지 못한 문산읍 선유리에서도 이재민 50여명이 대책반을 구성, 3개팀이 차량을 동원해 읍사무소.구호물품 보관소 등을 돌며 식수.모포 등을 조달해왔다.

아주머니들은 옷 구하기를 맡았다.

10여명이 물이 빠져나간 집들을 돌며 아직 젖지 않은 옷가지들을 주워 담았다.

쌀쌀한 날씨에 대비, 긴팔과 겨울옷들도 함께 가져왔고 비누.수건.식기 등도 찾아왔다.

이들이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생필품 구하기 작업에 성공한 데에는 지난 4년동안 세차례나 물난리를 겪은 아픈 경험이 도움이 됐다.

경기도 철원군.연천군 수해지역에서도 빗물을 끓여 식수로 만들고 법당의 양초를 조달해 오는 등 주민들의 단합된 복구의지는 곳곳에서 빛났다.

파주 = 최민우.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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