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멈춘 공장들…수해 중소기업 1천곳 넘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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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하천변 공장 설립은 피했어야 하는건데…. " 3일 오후 4시 경기도 동두천시 하봉암동 신천변 ㈜마니커. 닭가공 공장인 이곳 직원 1백60여명이 비 속을 뛰어다니며 물에 잠겨 버린 생산라인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31일 오후부터 퍼붓기 시작한 호우로 지상 1층 연면적 2천4백평 규모의 공장건물은 이날 밤 완전히 물에 잠겼다.

피해액은 줄잡아 15억6천여만원. 10개의 냉장고에 보관중이던 닭고기 10여t도 모두 내버리게 됐다.

공장장 성창경 (成昌慶.45) 씨는 "양수기 1대로 급한 생산라인 부분만 간신히 물을 퍼내고 있지만 3일 오후까지 복구인력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도 한숨을 내쉬었다.

임진강유역을 강타한 폭우로 경기북부를 비롯 전국의 중소기업 공장들이 침수로 인해 생산라인이 완전히 망가지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수해대책상황실에 따르면 3일 오전 현재 전국에서 1백23개의 중소기업이 호우로 피해를 입어 총 27억4천8백만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러나 이 피해액은 경기북부.강원 지역의 전화불통이 계속되고 도로복구 등이 안된 상황에서 피해기업이 신고한 것을 집계한 것에 불과, 실제 피해액은 최소 10배이상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기북부 상공회의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연천군 지역에서는 29개 업체가 침수피해를 당했다.

임진강변인 파주지역에서도 1천67개 공장 가운데 월롱면 덕은리에 위치한 금고제작업체인 선일금고제작 등 2백20여개 업체가 침수됐다.

연천.파주지역 피해공장 대부분은 3일 현재까지 대부분 물에 잠겨 있으며 물이 빠진 경우에도 주변교통 두절과 당국의 인력 및 장비 부족으로 복구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장들이 이번에 범람한 신천에 집중 몰려있는 동두천시의 경우 전체 등록 공장 1백60개업체 가운데 소요동의 금강피혁 등을 비롯 29개 업체가 완전 침수돼 최소한 수개월간 조업을 중단해야 할 형편이다.

이와함께 강원 철원.양구.화천 등지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나 도로유실.전화불통 등으로 피해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기북부지역에서는 지난해 수해때 1천9백11개의 업체가 침수피해를 당했으며 올해는 태풍 올가가 중부권에 상륙하면 주요 공단의 피해도 더 늘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체인 피해공장 관계자들은 "당국의 조속한 복구인력 및 장비지원이 시급하다" 며 "특히 공장 재건을 위해 복구이후에도 금융 및 세제 지원 등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연천 = 전익진.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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