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끝낸 DJ 정국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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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7박8일간 청남대 (靑南臺.지방 휴양시설)에서 휴가를 마치고 1일 오전 청와대로 돌아왔다.

귀경 즉시 金대통령은 김중권 (金重權) 비서실장으로부터 수해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지시했다.

휴가 중 金대통령은 독서.낚시.산책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는 박준영 (朴晙瑩) 대변인의 전언이다.

특히 피터 드러커.브라이언 아서 공저의 '지식자본주의의 혁명' 과 '맹자' 를 완독했다는 것. 金대통령은 30일에는 홍일.홍업.홍걸씨 세 아들, 손자.손녀와 같이 지냈다.

외부 인사와의 만남은 29일 윌리엄 코언 미국 국방장관을 접견한 것 외에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 속에서 金대통령의 청남대 국정 구상은 "아주 구체적이었을 것" 이라고 청와대 한 관계자가 관측했다.

그는 "金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내놓을 세세한 내용까지 손질했을 것" 이라며 "정치분야보다 중산층.서민대책 등 경제쪽에 역점을 둔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주에는 경제부처 장관들이 별도로 모여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8.15 구상을 계기로 金대통령의 국정운영 무게중심이 옮겨질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중산층.서민을 위한 활발한 정책개발.제시다.

중산층.서민은 金대통령이 자부해온 전통적 지지기반이다.

그 세력에 정권의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정국을 이끌어가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청와대측은 전한다.

여기에다 '국민의 정부' 이미지와 국정기조가 경제정의 쪽에서 새롭게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현 정권의 정체성 (正體性) 을 다듬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내년 4월 총선전략을 비롯, 金대통령이 앞으로의 임기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다수인 중산층.서민쪽의 튼튼한 민심관리가 정권의 장기적인 안정측면에서 주요한 요소" 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개혁시책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보는 것처럼 자기방어적인 화합시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철 (金賢哲) 씨 사면문제를 재검토하는 것도 이런 모습과 관련이 있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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