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SK텔레콤 사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1박 2일간의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회사 전체 임원과 함께 덕유산을 오르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수련원 운동장에는 20명이 잘 수 있는 대형 텐트가 세워졌다. 6개 조로 나뉜 임원들은 버너와 코펠을 사용해 조별로 저녁을 해 먹었다. 이어 거미줄 통과 등 여섯 가지 과제를 99초 안에 해내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직접 땀을 흘리며 협동정신을 다졌다. 서로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도 벌어졌다. 행사의 정점은 이튿날 열린 덕유산 등반. 새벽 5시에 일어난 임원들은 정상을 다녀오는 14.4㎞의 산길을 걸었다. 서로 밀어주고 끌면서 한 명의 낙오 없이 가느라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등반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정 사장이 “회사의 미래비전과 성장방안을 달성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취지로 직접 기획했다. 골프를 치고 고급 호텔에서 식사를 하는 일반적인 모임과는 달랐다. 최근 SK텔레콤은 초당 과금제 도입을 비롯한 요금인하 방안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내년 매출이 7800억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행사가 아니냐”고 묻자 정 사장은 “군기를 잡으려면 서울에서 구보를 시키지 뭐 하러 바쁜 분들을 이 먼 곳까지 모으겠느냐”며 웃었다. 그는 “회사 임직원들이 넓은 시야를 갖고 협력하는 자세를 갖추자는 뜻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반에 앞서 ‘좁은 관을 통해 표범을 본다’는 관중규표(管中窺豹)라는 사자성어도 언급했다. 그는 “좁은 통을 들여다봐야 표범 무늬밖에 못 보니 전체를 직시하려면 통을 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의 이동통신업체지만 성장률 둔화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정 사장은 기업고객 확보와 금융을 비롯한 융합(컨버전스) 서비스 진출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자신의 담당 업무만 하면 된다는 기존 자세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지난달 말에는 “신입사원 공채에서 출신학교나 성적 같은 스펙보다 도전정신이 뛰어난 ‘야생형 인재’를 뽑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거창=김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