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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달러 넘는 송금 모두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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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해외로의 재산 도피나 불법 송금 등 내국인의 불법 외화유출이 일반적인 우려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갑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2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불법 외화 유출이 상당히 많다"며 "외환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에서 관련 자료를 받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부원장은 "조사과정에서 불법으로 외화를 송금하는 환치기나 사기 등의 혐의가 드러나 관세청은 물론 경찰청.국세청 등 관련 기관과 공조, 관련자의 신원과 유출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수십만건에 이르는 외화 송금 가운데 1만달러 이상 송금한 것을 모두 조사하고 있으며, 특히 10만달러 이상의 거액 송금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에 이뤄진 불법 송금이 건수로는 수천건, 총액으로는 1억달러 안팎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불법 외화 유출이 성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외환업무를 취급하는 은행에서 10만달러 이상을 해외에 송금한 사람의 자료를 받아 그동안 불법 송금 여부를 조사해 왔다.

이 무렵 한국은행은 올 들어 넉달 동안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무려 5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해외 가족에게 보낸 증여성 송금이나 교포들의 재산 반출, 내국인의 이주비 등 반대급부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빠져 나간 돈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외화 유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불법자금 세탁 혐의가 있다고 보고된 거래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423건의 네배 가까운 1588건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는 내국인들이 현지 부동산과 골프회원권을 대거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주택 등 부동산을 취득하고 일본 규슈 일대에서 1000만원 안팎의 돈으로 골프회원권을 매입하는 국내 거주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한국은행에 신고하지 않았으면 모두 불법 외화 유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외환 거래가 크게 자유화됐지만 ▶해외 부동산 취득▶골프장 등 재산권 취득▶해외 은행 예금 등은 여전히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국내의 저금리 추세와 불안한 환율 움직임을 피해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화로 바꿔놓으려는 사람도 크게 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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