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우 이젠 '해외빚 달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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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다음 관건은 해외 금융기관과 파트너의 반응' .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 개입으로 대우가 국내 빚에 대한 위기는 넘겼지만 해외 쪽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독려 등으로 상환연기에 협조하지만 외국 금융기관이나 거래파트너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우와 정부.채권단은 해외 쪽에서 한꺼번에 차입금 상환을 요구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을 경우 안정을 되찾아가는 국내 금융시장과 대우의 구조조정 노력에 심각한 충격이 올 것으로 보고 동향분석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우 관계자는 "준비가 되는 대로 바로 해외 채권단과 협의에 나설 계획" 이라면서 "여건이 나아지기 때문에 상환과 만기연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 해외부채 얼마나 되나 = 대우 해외법인이 현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과 국내 본사에서 조달한 차입금은 6월말 현재 모두 99억4천만달러. 대우 해외법인의 외화 차입금은 68억4천만달러 (약 7조9천억원) .이중 순수하게 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은 45억8천만달러다.

정부 - 대우간 해외채무 규모를 놓고 혼선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대우측은 "정부는 본사가 빌린 외화 차입금 31억달러를 포함시킨 반면 우리는 해외법인의 현지금융만을 발표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과연 이게 전부인가 하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기업에 대한 검사나 감독권을 갖고 있지 않아 정확한 부채 자료는 없다" 며 "대우측에서 자료를 받아 발표한 것일 뿐" 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 및 해외 현지법인의 미지급금과 외상채권 등은 99억달러에서 빠져 있어 전체 해외부채는 훨씬 많을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

◇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빚은 = 대우에 따르면 총 차입금 중 연내 만기가 되는 부분은 52억8천3백만달러. 대우는 만기 도래분 중 본사와 해외법인이 한국계 금융기관에서 빌린 16억3천6백만달러는 일단 6개월 이상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걱정은 외국계 금융기관으로 빌린 1년만기 차입금 (29억5천1백만달러) 과 전환사채 (CB) 및 신디케이트론 (6억9천6백만달러) .

◇ 상환연장 가능할까 = 대우측은 "상당 부분이 연장이 가능할 것" 이라고 주장한다. 대우측은 "최근 두곳에서 2억3천만달러에 대한 만기 상환요구가 들어왔으나 별 문제 없이 연장됐다" 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대우는 만기 차입금을 1주일 단위로 연장하는 등 애를 먹고 있다는 것.

금융계에서는 대우가 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이 종전엔 90% 이상 롤오버 됐지만 앞으로는 이 비율이 다소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측은 "설사 연장률이 떨어지더라도 올해 갚아야 할 돈은 10억~15억달러 미만이 될 것이며 이 정도 여력은 있다" 고 주장했다.

금감위 김영재 대변인도 "국내 금융기관들이 6개월 만기를 연장해준 것처럼 해외채권단도 협조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 대응책은 = 정부 일각에서는 '채권단을 한꺼번에 모아 만기 연장을 요청하자' 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우는 부정적이다. 대우 국제금융팀 관계자는 "아직 해외에서 채권을 본격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없는데다 매월 부분적으로 이뤄지는 협상 대신 한꺼번에 채권단을 모아 일괄협상을 벌인다면 오히려 채권단이 동요하는 등 역효과가 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대우는 조만간 그룹 주요 간부와 런던에 나가있는 해외기채 (起債) 팀 등을 주요 해외 채권단에 파견, 개별적으로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감위측은 "채권단이 주력 해외법인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해외 금융기관의 참여도 가능하다" 고 밝혀 대우의 독자적인 상환 연장 움직임에 부정적 입장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 해외 금융기관 파트너 동향 = 외국은행 서울지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외은 지점들은 이 문제에 공동대처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계 은행은 98년 이후 대우에 대한 대출을 줄였으나 유럽계는 반대로 늘렸다는 것. 해외의 현지 금융기관들은 아직 공식적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대우증권은 외국인 투자자인 영국계 허미스펀드 (영연방 우체국기금펀드) 의 반대에 부닥쳐 곤란을 겪고 있다.

허미스펀드측은 "자금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증자를 하면 기업가치가 떨어진다" 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표재용.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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