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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기 왕위전] 유창혁-목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黑89로 지켰을때 승부는 이미 결정

제6보 (88~124) =종국은 아주 빠르게 다가왔다. 생각건대 전보에서 마지막 공격기회를 흘려보냈을 때 흑의 명운은 이미 다했던 것이다.

88의 수비는 오직 이 한수의 곳이었으나 劉9단은 5분여를 생각하며 정성을 다한다. 들끓는 패기를 주체하지 못하던 劉9단도 세월과 더불어 참 많이 변했다.

睦4단이 자신의 계산착오를 깨닫고 멍해진 것은 이 무렵이다. 그는 처음 '참고도' 흑1로 지킬 심산이었다. 이 때의 계가는 흑집도 상당해 쉽게 질 것 같지 않다.

睦4단이 전보에서 공격을 머뭇거리며 사즉생의 강수를 차마 두지 못했던 것도 이같이 계가로 가는 길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흑1로 지키면 백은 우상귀 백2로 들어온다. 4, 6을 선수하고 8로 이어놓으면 그냥 죽지는 않고 최소한 패가 나는 모습. 우상은 흑의 보고인데 이곳에서 꽃놀이패가 난다면 바둑은 끝이다.

이같은 쉬운 변화가 뒤늦게야 보였다는 것도 그날의 운세일까. 睦4단은 속으로 장탄식하다가 89로 지키고 말았으나 백이 90으로 들어오자 흑은 단번에 무너지고 만다.

이후 睦4단은 자포자기식 행마를 이어가다가 124에서 돌을 던졌다. 어거지로 살려면 못살 것은 없지만 이미 집이 크게 부족한데다 흑들마저 위태로워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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