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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몽골이 좋아 관광사업자로 정착한 손석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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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 손석원씨가 캠프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남서쪽으로 280km, 칭기즈칸 시절의 도읍지 하라호름에서 동북쪽으로 80km 떨어진 엘싱타슬하는 몽골 관광의 주요 축이다. '몽골 5악(岳)'중 하나인 바위산 '허근한'을 배경으로 광활한 초원과 모래사막이 만나는 곳이다. 관광지라고는 하지만 사람은 만나기 힘들고, 양.소.말.염소떼만 한가롭게 풀을 뜯는 허허벌판이다. 이곳에 유목민의 텐트식 가옥인 '게르'30동으로 캠프촌을 설치하고 승마관광 사업을 하는 한국인이 있다. 몽골알타이투어(www.monaltaitour.com)의 손석원(49) 대표다.

"몽골의 자연에 취하고 몽골인의 친근감에 끌려 주저앉게 됐습니다."

8년 전 서울에서 사업에 실패한 뒤 친구의 권유로 몽골 여행을 한 게 인연이 됐다.

"무한대로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며 내가 왜 복잡한 서울에서 그토록 허우적거렸나 싶더군요.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몽골을 찾았고, 몇몇 외국인이 운영하는 캠프촌을 보고 사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몽골에서 외국인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외국인에 대한 규제가 심한데다 각종 인프라도 열악했다. 건축 자재를 구하는 일도 간단치 않았다. 목재는 물론 시멘트.유리.가구, 심지어 못 하나까지 차로 10시간씩 걸리는 울란바토르에서 실어 날라야 했다. 전선이 지나가지 않아 태양열과 풍력 발전시설을 갖춰야 했고, 물이 귀해 지하 70m까지 관정(管井)을 파야 했다. 1년여 공사 끝에 2001년 8월 문을 열었다.

게르의 겉모습은 몽골 주민들 것과 똑같이 지었지만 내부에 침대를 놓는 등 외국인들이 지내기 편하도록 설계했다. 별도의 샤워시설과 화장실을 갖춘 것도 몽골식과는 다른 점이다.

손씨 캠프의 백미는 승마다. 투숙자가 희망하면 언제든지 말을 탈 수 있다. 도시락을 싸들고 하루 종일 초원을 달릴 수도 있다. 몽골 말은 덩치가 작아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탈 수 있다. 이틀 정도만 배우면 가볍게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마민족이라 그런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빨리 배우는 편입니다. 몽골 사람들도 그 점엔 놀랍니다."

손씨 캠프 비용은 숙식에 말타기까지 포함해 1인당 하루 130달러 선이다. 처음엔 유럽.일본인이 많이 찾았는데 지난해부터 입소문이 퍼져 한국 관광객도 많이 온다고 한다. 겨울이 워낙 길고 춥다보니 말타기 관광은 5월부터 10월까지만 가능하다. 겨울시즌에 대비한 크로스 컨트리 스키 관광도 구상 중이다. 손씨는 앞으로 게르를 20여동 더 늘린 뒤 한국 청소년을 위한 저렴한 승마 캠프장을 본격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말을 타고 몽골의 대초원을 마음껏 달리게 하고 싶습니다. 도시에 찌든 심신을 씻고 호연지기를 기르면서 고구려 옛 조상의 기개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엘싱타슬하(몽골)=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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