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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되고픈 소설가 김성동·최인호씨 머리못깎는 사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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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가족을 거느리고 속세를 살아가면서도 항상 승려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불교소설 '길없는 길' 을 90년부터 중앙일보에 연재하며 불교에 깊숙이 빠져들었던 가톨릭 신자 최인호, 승려였다가 지난 78년 화제 소설 '만다라' 를 쓰며 환속한 김성동씨.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이 두 중견 작가가 '스님이 되고 싶다' 고 털어놓고 있어 화제다.

'별들의 고향' 으로 장안의 지가를 올리며 70년대 독자들을 온통 사로잡았던 최인호 (崔仁浩.54) 씨는 최근 펴낸 산문집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 (여백.7천원)에서 '길없는 길' 을 3년간 연재하며 스님에게 승복을 빌려입고 도심을 헤매고 다닐 정도로 스님이 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인생이야말로 길 위에서 태어나고 길 위에서 사랑하고 길 위에서 죽어가는 하나의 길 없는 길 임을 절실히 느끼는 이즈음에도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 는 것이다.

그러나 아내와 딸자식을 위해 살고 있던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삭발하고 출가할 용기가 없었다는 것. 그런 최씨에게 원담 수덕사방장스님이 '해인당 (海印堂)' 이란 현판과 근대 초창기 고승 경허의 선시 한구절을 써서 선물했다.

"세여청산하자시 (世與靑山何者是) 춘광무처불개화 (春光無處不開花)" '세속과 청산은 어느 것이 옳은가. 봄볕이 있는 곳에 꽃피지 않은 곳 없나니' 라는 구절이다. 한없이 깊어 검푸르면서도 끝없이 출렁이는 바다에 뜻을 새긴다는 해인이라는 현판과 시를 집에 걸어두고 있으니 집이 곳 절간이라는 것. 하여 최씨는 출가않고도 집에서 스님된듯 살아가고 있다.

김성동 (金聖東.52) 씨도 최근 펴낸 산문집 '먼 곳의 그림내에게' (좋은날.7천5백원)에서 글쓰는 사람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며 부처가 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어둡고 답답해서 힘겨웁기만한 욕계화택 (欲界火宅) 의 이치와 저 우주 삼라만상의 진리를 막힘없이 두루 통달한 부처가 되어, 이 티끌 세상의 온갖 악과 더러움을 멸하고 선과 아름다움만을 받들어 행하고 싶었다" 고 전한다.

그러나 "풍진세상의 온갖 선악과 미추와 시비를 물고 늘어져서 시시콜콜 잔소리를 늘어놓고 그 잔소리의 품삯을 받아 추한 목숨 부지하는 자" , 소설가가 되고 말았다는 것.

그러나 진정한 작가의 길 또한 부처에의 길만큼이나 아득히 멀기만 하다며 글쓰기 또한 또다른 부처의 길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인간 세상 애욕에 생살 찢어지는 아픔으로 살며 빌고 깨달아가는 것을 글로 다듬는 것도 부처의 길 아니겠느냐는 주장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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