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숙제 표절 막으려 시스템 개발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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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디지털 시대의 표절은 디지털 기술로 잡아야 해요. 아무리 표절을 하지 말라고 경고해도 효과가 없지만 표절 검사 전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하면 표절이 크게 줄어듭니다.”

표절 검사 시스템 ‘턴잇인(Turnitin)’을 개발해 표절 퇴치에 나서고 있는 미국 아이패러다임사 대표 존 배리(41·사진) 박사. 그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표절이 난무해 비교육적·비윤리적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배리 박사는 지난달 29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턴잇인이 교육·연구 현장에서 가져오는 변화와 그 용도를 설명하는 세미나에 참석해 주제 발표를 했다.

턴잇인은 연구 논문, 신문 기사, 학생들의 숙제까지 얼마나 표절을 했는지 안 했는지, 표절했다면 누구 것을 베꼈는지를 순식간에 잡아낸다. 서너 장짜리 숙제라면 1분, 두꺼운 책이라면 1시간 정도 걸린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나 친구의 리포트를 베껴 냈다가는 딱 걸린다는 게 배리 박사의 경고다.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대학이 턴잇인을 사용하는 등 106개국 1만여 기관이 도입하고 있다. 사용 언어도 한국어·영어 등 31개에 이른다. 한국에는 KAIST가 도입해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서울대 등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턴잇인은 그가 1994년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대학원생이면서 조교일 때 학생들의 숙제 표절 검사를 해보기 위해 처음 개발했다. 그런 게 지금의 사업으로까지 확대됐다. 배리 박사는 “턴잇인 시스템 안에는 현재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는 물론 전 세계 9000여 기관 자료가 들어 있으며, 시스템 사용 기관에서 매일 입력하는 자료가 25만 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표절 검사를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교육 효과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표절 검사를 하지 않으면 짜깁기한 숙제를 제출해 학점 잘 따는 학생들을 양산하지만 표절 검사를 하면 스스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턴잇인을 도입한 학교에서는 표절이 70% 이상 줄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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