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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국 풀리는 그린벨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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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린벨트가 결국 풀리고 말았다.

정부는 춘천.진주.제주 등 7개 중소도시와 서울.부산 등 대도시권역의 그린벨트를 전면 또는 부분해제하는 개선안을 확정 발표했다.

전면 해제되는 7개 도시만 전체 그린벨트 면적의 20%에 해당하며, 부분 해제되는 대도시권역을 합하면 14개 권역 모두가 손질되는 사실상의 골격 흔들기다.

과연 엄밀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해제권역이 선정됐으며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진 해제와 관리는 잘 될는지, 한번 밀려난 그린벨트가 해제의 도미노현상을 초래하지는 않을는지 의구심이 드는 일이 솔직히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토의 합리적 이용과 주민의 재산권보호 차원에서 그린벨트 조정은 불가피하고 우리로서도 이론 (異論) 이 없다.

그러나 정책을 세울 때 항상 염두에 둬야 할 일은 정책이 현실에 잘 맞고 제대로 시행되느냐 하는 현실 적합성이다.

더구나 30년 숙제였던 그린벨트 조정이야말로 엄청난 작업으로 그만큼 중앙의 판단과 현장 사이에 괴리가 생길 가능성이 크며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끊임없이 문제와 부작용을 부르지 않을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개선안만 해도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해제와 보전지역 선정의 형평성을 들 수 있다.

건설교통부는 7개 도시의 경우 환경평가기준에 따라 60%는 보전녹지로 묶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환경평가기준이 아무리 객관적이라 하더라도 실제 적용엔 모호한 점이 많아 해제에서 제외된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불보듯 뻔하다.

지자체로서야 당연히 주민의 민원해소와 개발을 더 의식하게 마련이다.

해제지역의 난 (亂) 개발 방지와 존치지역의 관리도 간단치 않다.

도시계획 자체를 현재로선 지자체에 일임할 수밖에 없으나 질서있는 개발.관리가 가능할지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는 믿기가 어렵다.

투기문제도 걱정이다.

정부는 해제지역이 최종 결정되기 전까지는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고 지가상승 이익은 개발부담금.양도세 등으로 환수하겠다지만 그것만으로 투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조정은 더구나 현 정부의 공약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때마다 내놓은 해제와 완화공약이 투기와 주민 불만만 증폭시켜 왔는데 위에서 공약이행을 전제로 해제로 가닥을 잡은 터에 과연 보전을 먼저 생각할 지자체가 어디 있으며 그 결과 봇물 터지듯 하는 해제사태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 21세기를 맞아 국토개발은 보다 환경친화적이어야 한다.

기존 도시의 외연적 확산뿐 아니라 신도시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이제야말로 풀고 완화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필요한 지역을 새로 지정해나가는 그린벨트 정책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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