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우 구조조정안 증시.해외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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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특히 기업의 실체가 반영되는 거울격인 국내 증권시장과 해외 반응은 낙관과 비관이 엇갈린 모습으로 나타났다.

◇ 증시 반응 = 일반투자자들은 대우그룹은 물론 증시 전체로 봐서도 메가톤급 호재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사자에 나섰다.

무엇보다 대우를 도산시키지는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인됐다는 점에 의미를 준 것이다.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대우 계열사들의 경영난 극복은 물론 대외적인 국가신뢰도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인들의 해석이다.

특히 그룹에서 분리매각이 예상되는 대우증권은 그동안 주가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의 사자주문이 몰렸다.

이에 비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들은 대우 등 최근 주가가 비교적 많이 오른 종목들을 중심으로 대우그룹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팔았다.

기관들은 대우중공업과 ㈜대우를 각각 69만주, 53만주 처분했으며, 외국인들은 대우전자와 ㈜대우를 각각 75만주, 9만주 매각했다.

현대투자신탁운용의 최대문 주식운용팀장은 "오늘 발표에 자구계획의 성공을 확신시키는 정리된 프로그램이 없다는 데 실망했다" 면서 "한마디로 확신이 서지 않아 오늘 대우그룹 주식을 사지 않았다" 고 밝혔다.

동원증권의 온기선 기업분석실장은 "대우의 회생 여부는 결국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에 성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고 지적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3대 투신들이 대우그룹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줘야만 자구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외국 증권사들은 더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그룹주식들이 어떤 방식으로 평가됐는지 의심이 간다" 며 "오늘 발표는 은행권에 대우 회생을 위한 희생을 강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고 이것이 은행주들의 폭락으로 나타났다" 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대우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은 대우증권의 매각인데 명시적인 언급조차 없어 그룹측의 진정한 의지에 의심이 간다" 며 "구조조정 계획도 이미 여러 차례 발표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고 말했다.

◇ 해외 반응 = 일본에서는 김우중 (金宇中) 회장의 퇴진 부분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우그룹의 경영에 있어 金회장 개인의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에 새 경영진이 들어서더라도 국제신용이 더 높아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기업.은행 중 지금까지 金회장 개인의 신용을 보고 거래해온 곳들은 金회장의 퇴진일정이 정해진 이상 어떤 형식으로든 대우와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경제연구소의 미즈노 준코 (水野順子) 주임연구원은 "金회장의 퇴진은 대우의 국제신용을 추가 하락시키는 마이너스 효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며 "주력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에서 유동성 압박이 가해질 경우 치명적 쇼크가 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우자동차의 경우 경쟁력 있는 신차 개발능력이 부족해 대우의 독자적인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대우자동차가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 (GM)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팔리든지 ▶외국업체의 하청공장화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대우의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비중있게 다루면서도 정작 실현방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곳이 적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우는 그동안 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던 해외공장을 정리하는 데 소극적인 등 구조조정 노력이 부진했다" 고 꼬집고, 이번 발표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자구책이지만 실행 가능성이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대우가 직면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엔 미흡하다" 고 평가했다.

미국의 금융정보 서비스업체인 다우존스도 프랑스계 SG증권 분석가의 말을 인용, "대우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며 이번 조치는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음을 보여준 것" 이라고 19일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번 발표는 대우의 숨통을 터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대우가 경영권을 내놓지 않는 한 외국 기업들은 대우 투자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것 같지 않다" 고 내다봤다.

한편 블룸버그는 "대우.채권단 합의로 한국 최대의 파산위기가 해결책을 찾았다" 고 평가했으며, AFP는 "대우의 발표는 몸집을 줄임으로써 경제회생을 돕고 동시에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고 보도했다.

임봉수.남윤호.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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