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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초등학생 지키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국가적인 큰 행사를 치르면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도우미’가 등장한 이후 ‘-미’ 자 돌림의 조어가 퍼져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ㄱ. 국내 최초의 실외형 경사 엘리베이터인 ‘남산 오르미’가 설치된다.

ㄴ. 고령의 불우 구민에게 ‘노인 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한다.

ㄷ.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문화 지키미’로 나서 인기를 끌고 있다.

ㄹ. 이 학교는 문자메시지를 ‘초등학생 지키미’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말에서 ‘미’가 접미사로 쓰이는 경우는 ‘군량미’ ‘정부미’ ‘일반미’처럼 쌀을 나타낼 때뿐이다. 사람·사물의 뜻을 더할 때는 ‘옷걸+이’ ‘젖먹+이’ ‘똑똑+이’처럼 접미사 ‘이’를 붙인다. 위 예문에서는 ‘오름이’ ‘돌봄이’ ‘지킴이’ 등으로 써야 할 것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했다. 인터넷이나 문자메시지에서는 편의를 위해 국어의 형태를 파괴하는 경우가 흔하다. 공공기관까지 이런 행태를 답습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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