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노약자창구,전화 쓰자는 노인 통사정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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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2일 고향인 전남 진도에서 어머니가 상경했다.

서울에 온다는 연락을 미처 못한 어머니는 영등포역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전화를 걸어 마중 나오라는 얘기를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동안 영등포역 구내가 아주 많이 바뀌어서인지 공중전화를 찾지 못한 어머니는 역 구내에 있는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전용창구' 를 찾았다.

여직원 두 명이 상시 근무를 하고 있는 그 창구에서 여직원에게 사정얘기를 하고 우리집에 전화 한 통화를 부탁했으나 여직원은 "저쪽으로 가면 공중전화가 있으니 거기 가서 하세요" 라며 차갑게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몇 번 부탁을 더하다 거절당한 어머니가 돌아서는 순간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핸드폰으로 대신 연락을 해주었다고 한다.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전용창구의 여직원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인가.

'노약자와 장애인용 전용창구' 가 열차표만 끊어주는 곳인지, 아니면 전시적 효과만을 노린 전시물인지 의문이 간다.

분명 전용창구를 개설한다고 했을 때는 편리함과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을텐데 정작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쌀쌀맞게 대한다니 씁쓸하기만 하다.

한준호 <공무원.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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