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시바 소비자 인터넷 항의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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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의 전자업체 도시바가 한 서비스요원의 폭언으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사원 한명의 실수가 기업 이미지에 얼마나 치명타를 가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일본에서 인터넷 접속 건수 최다를 기록하고 있는 사이트는 후쿠오카 (福岡)에 사는 한 회사원 (38) 의 홈페이지다.

6월 3일 개설된 이 사이트의 접속건수는 지금까지 2백만건이 넘는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그가 도시바 서비스요원과 나눈 5분간의 전화내용이 흘러나온다.

지난해 12월 도시바의 신형 VCR를 구입한 이 회사원은 화면에 노이즈 현상이 심해 도시바의 서비스센터에 전화했지만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는 통에 번번이 골탕먹었다.

나중에 서비스센터에서 새로 바꿔준 VCR도 이미 한물간 구형. 항의 전화를 걸었던 이 회사원은 섭외관리실 담당자로부터 심한 폭언을 들었다.

그는 그 내용을 고스란히 녹음한 뒤 인터넷에 공개됐다.

담당자의 목소리는 고압적이었다.

"상품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수명이란 게 있다네, 이 사람아" "사과를 하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사과하란 말이야, 수리는 이미 끝났어" "대답 좋아하네, 이게 도시바의 대답이다.

당신같은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생떼쟁이야" 등등 비아냥이 이어졌다.

담당자는 마지막으로 "이런 전화 자꾸 걸면 당신, 경찰에 업무방해죄로 잡아넣을거야" 라며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을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해듣고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사실을 확인한 전국의 네티즌들은 도시바측에 3백건 이상의 항의전화 공세를 퍼부었다.

도시바에는 비상이 걸렸다.

도시바는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폭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 이라고 인정하고 "많은 고객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 고 사과했다.

지난 10일부터 일본 언론에 이같은 공방전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의 접속은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틀동안 무려 30만명이 접속, 12일 정오 현재 2백3만6천여명이 다녀갔다.

도시바는 이번 소동으로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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