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아산만공장, 공장장서 말단까지 76㎡ 아파트 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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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동부제철㈜ 아산만공장 임직원과 가족들이 회사 안 사원아파트 입구에서 수상을 축하하며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사원 아파트는 독신자 아파트와 가족 아파트를 포함해 800여 세대에 이른다. 왼쪽에서 여섯째부터 김홍길(상무) 공장장, 우명순 부녀회장, 박희준 노조위원장. [당진=김성룡 기자]

충남 당진군 송악면 동부제철 아산만공장의 김홍길(상무) 공장장과 박희준 노조위원장 사무실에는 특이한 헌장이 붙어 있다. ‘가사불이(家社不二) 헌장’이다. 2001년 6월 21일 노사와 직원 가족이 채택한 회사 운영의 기본방침이다.

헌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가정과 회사가 결코 구분될 수 없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가족과 회사의 흥망성쇠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임을 명심한다. …가족의 안정이 회사 발전의 초석임을 확실히 인식한다.”

이 회사 한광희 사장은 “이 헌장은 동부제철의 경영 DNA이자 직원가족의 DNA”라고 말했다.

동부제철 아산만공장은 공교롭게 투자를 할 때마다 휘청거려야 했다. 1998년 동부제철은 아산만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었다. 서울 오류동의 공장을 폐쇄하고 아산만으로 옮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해 말 외환위기 파고가 거세게 몰아쳤다. 공사 중단 위기로 내몰렸다. 회사는 부도위기에 처했다. 노조가 나섰다. “2년간 상여금(1400%)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임직원 가족도 설득했다. 이 덕분에 99년 공장이 완공됐다.

지난해에는 1조원을 들여 전기로 설비 투자를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동부제철을 강타했다. 공장 가동률은 30%로 떨어져 공장의 불이 꺼져갔다. 이번에는 부녀회를 비롯한 임직원 가족들이 나섰다. 임금을 30% 삭감키로 노조와 함께 회사에 통보했다. 가족들은 적금을 깨고, 자녀의 학원을 끊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 운동을 벌였다. 전기로 건설에 따른 충격은 금세 사라졌다. 전기로를 보유하면서 철강업체에선 유일하게 법적 환경오염 물질 배출농도가 50% 이하인 친환경 기업이 됐다.

우명순(48) 부녀회장은 “회사가 있어야 가족이 있지요. 회사 살리기는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직원 98%는 회사 안에 있는 사택에 산다. 직위가 높든 낮든 평수는 모두 76(약 23평)다. 김홍길 공장장 부인 이상순(54)씨는 “이곳에선 경영진이 아니라 직원 가족이 감동경영을 한다”고 말했다.

가족형 복지제도는 이 회사의 또 하나의 자랑이다. 신입사원에게는 독신자 아파트와 식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결혼하면 사원 아파트가 배정되고, 모든 자녀에게는 대학 때까지 학자금을 준다. 은퇴하면 재고용하거나 재취업을 지원해준다.

가족적인 회사 분위기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1인당 생산성이 2006년 15억원에서 지난해 20억원으로 늘었다. 직원 수는 2005년 1358명에서 지난해 1798명으로 24.5% 증가했다.

그렇다고 이 회사의 노사관계가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87년 노조가 설립된 뒤 94년까지는 3일에 한 번씩 교섭할 정도로 서로 으르렁댔다. 부도가 나기도 했다.

박희준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위기 때마다 가사불이 정신으로 기회를 만들어냈다”며 “지금 우리 앞에는 세계 최고의 품질과 효율을 자랑하는 회사 만들기라는 대명제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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