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신문 1916~1920] 전통예술에 반기 '다다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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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916년 2월 5일 취리히]중립국 스위스 취리히의 유흥음식점 '카바레 볼테르' (운영자 후고 발)에서는 전쟁을 피해 모여든 일군의 예술가.철학자.무정부주의자들이 참여한 장르복합적 문화이벤트가 열렸다.

시낭송.흑인음악.프랑스가요.그림전시 등 음주가무가 뒤범벅이 된 이 행사의 참석자들은 전쟁을 낳은 기존 사회의 예술적 전통을 깡그리 무시하고 싶어했다는 것이 공통점.

이들은 사전에서 우연히 발견한 '다다 (dada - 원래는 목마를 뜻함)' 라는 프랑스어가 별뜻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채택, 이후 같은 제호의 잡지를 3회에 걸쳐 발간하고 '다다 선언' 을 발표하는 등 과거의 예술 인습을 무차별 공격하는 새로운 예술운동을 펼쳤다.

후일 다다이즘으로 명명된 이 운동은 뉴욕에서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작업실을 개조한 화랑 '291' 이, 파리에서는 트리스탄 차라.앙드레 브루통 등의 잡지 '리테라튀르' 가 각각 전위적 미술과 문학을 선보이는 등 20년대 초 서구 주요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독일의 베를린.하노버.쾰른에서는 정치적 허무주의 성향의 미술작품이 두드러졌다.

반합리주의적인 이들의 공격 방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으나 못.석고를 화면에 붙이고, 잡지.사진을 콜라쥬하는 기법이 초현실주의 미술에 계승되는 등 다다이즘은 금세기 전위문화운동의 선구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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