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대' 국보급 미술품 위조 11명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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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문 고서화 위조범과 한국고미술협회 전직 간부, 화랑업자들이 서로 짜고 국보급 문화재.고서화 등을 대량 위조한 뒤 진품인 것처럼 속여 인사동 화랑가 등지에 유통시켜 온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검 형사5부는 7일 고서화 등 1천여점을 위조해 21억원 상당 50여점을 판매한 일당 15명을 적발, 한국고미술협회 전 회장 공창호 (孔昌鎬.51) 씨와 위조책 전병광 (全炳光.51. 전 협회감정위원). 권춘식씨 등 11명을 사인 (私印) 위조 및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금동미륵보살반가상' (국보 78호) ,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국보 217호) , 단원 김홍도의 '신선도 6폭 병풍' 등 위조품 1천여점과 가짜 낙관 등 동양화 위조도구를 압수했다.

적발된 위조품 1천여점은 진품시가로 환산할 경우 약 50억원으로 추정되는 금강전도를 포함, 총 1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孔씨는 지난해 2월 '오원 장승업 잡화 8폭 병풍' '청화백자 진사 운룡문호' 등 위조품 10점을 건설업자 李모씨에게 담보로 맡기고 9억원을 빌린 뒤 약정일에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수법으로 선이자를 뗀 8억5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全씨는 94년 6월 혜원 신윤복의 낙관을 위조해 만든 가짜 풍속도 화첩을 강모씨에게 1억2천만원에 판매하는 한편 위조된 단원 김홍도의 '신선도 6폭 병풍' 을 채무담보용으로 제공, 4억5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된 한 동양화 중간상의 경우 우연히 구입한 25만원짜리 추사 김정희 서화 위조품을 4백배인 1억원에 판매한 경우도 있었다" 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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