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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모델 이유진, "'인조인간' 악플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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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똑한 콧날, 큰 눈, 갸름한 턱선, 적당히 나온 이마가 매력적인 이유진씨(23·경원대 섬유미술 4학년), 이씨는 요즘 졸업 작품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씨의 졸업 작품 주제는 ‘성형’이다.

“졸업 작품은 제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표현해야 하는데요. 제일 많이 신경 쓰고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성형이어서 주제로 선택했어요.”

이씨는 1년 전 성형모델 선발대회에 지원했고, 천여명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7명의 본선 진출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며칠 후, 콤플렉스였던 매부리코를 바로 세웠다. 광대뼈 축소, 무턱, 눈 앞트임, 이마 확대술도 함께 받았다. 금액으로 계산해도 1500만 원이 든 큰 수술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씨는 수술 후, 코에서 턱으로 이어지는 옆모습에 특히 만족하고 있다. 게다가 본선 진출자에게는 전신 성형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다 보니,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됐다.

“내 힘을 조금이라도 덜 들이고 바꿀 수 있다면 내 자신을 홍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어요. 수술 결과는 만족해요.”

하지만 대회가 끝난 후, 이씨의 이름 앞에는 ‘성형’이라는 단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대회 관련 소식과 이씨의 사진이 실린 기사 밑에는 늘 악플이 있었다. 이씨는 부모님을 욕하는 리플을 봤을 때 ‘상대방에게 쪽지를 보내볼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왜 이렇게 자신을 욕하는지 물어보고 싶었다고.

“10원 한 푼 보태주지 않는 사람들이 왜 나한테 그렇게까지 비난을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특히 ‘너희 부모님도 너 낳고 미역국 드셨냐’, ‘부모님 얼굴 보기 부끄럽지 않냐’라는 이런 악플을 볼 때는 너무 속상했어요.”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자 이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일상생활에서도 상처를 받았다.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은 누구나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데, 이씨는 졸업 작품을 통해 자신이 성형으로 받은 상처와 이를 이겨낸 용기,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성형을 주제로 선정했고 학과 친구들과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이씨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작품 주제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인조인간이라는 말을 쓰면서 성형인이지, 성형미인은 아니지 않냐, 너의 허영심 때문에 일어난 일 아닌가 등 신랄하게 비판했어요. 특히 앞에서는 좋은 얘기를 해주다가도 뒤에서는 인조인간이라든지, 아니면 다 뜯어고쳤어, 엎었어라고 말하더라고요.”

성형 전후의 이유진은 같은 사람이었지만, 어떤 이들은 성형 전 이씨의 얼굴을 부정했다. 마치 구석기 시대 원시인이 현대인으로 진화한 것처럼 대했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지는 이씨에게 돌아온 반응은 더 냉담했다. ‘다 알고 시작했으면서 왜 그런 말들에 상처받고 눈물을 보이냐’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가득 채운 악플과 주변 사람들의 비난에도 이씨는 더욱 강해져야 했다.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머니는 처음에 내가 줬던 것에 비해 더 예뻐졌구나, 이렇게 말해주셨고요. 아버지는 다른 분들에게 딸이 미인대회 출신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자랑스러워하세요.”

무엇보다 이씨 스스로 성형 결과에 만족했기에,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가슴 속에 품어온 ‘연기자’라는 꿈도 그녀를 더욱 강하게 했다. 성형 수술을 하기 전, 연기자를 준비한 그녀는 4년간 300회가 넘는 오디션을 봤다. 패션 잡지 모델부터 영화 단역까지 분야도 다양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늘 같은 점을 지적했다. 외모였다.

“눈이나 코나 항상 지적받는 부분이 같았어요. 성형을 한 이유 중 90%는 이 일을 할 기회를 더 많이 갖고 싶다는 욕심이 컸기 때문이죠.”

이제는 외모를 탓하고 있을 시간도, 그럴 생각도 없다. 연기자라는 꿈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시간이 준 선물이랄까. 성형수술 후, 1년이 지난 요즘 이씨의 마음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연기연습에 몰두한다.

“사형수의 감정을 알기 위해 3일간 방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밥도 어머니가 식판으로 넣어주셨어요. 그렇게 3일을 보내니 조금이나마 수감자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연기하기 위해 그 사람의 입장이 돼 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제 기회가 오면 제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거리에 나가면 성형한 사람 한둘은 쉽게 만날 수 있다.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끼리 사용하는 은어 중에 ‘성형EYE’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수술 받은 부위는 단번에 알아보는 눈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씨도 자신이 성형한 뒤, 이렇게 성형을 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성형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예쁜 것도, 성형한 것도 좋지만 그 사실을 숨기길 바라는 마음은 성형을 한 사람만이 가진 생각은 아니다. 이런 사회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성형 사실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오늘도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유진씨의 성형 후 달라진 모습과 성형모델 선발대회 과정은 아래 동영상과 TV중앙일보에서 만날 수 있다.

뉴스방송팀 송정 작가,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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