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의 문' 당당히 두드린다…결혼정보회사 상담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재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조기 이혼 등 이혼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재혼정보회사 등이 속속 생겨나면서 당당히 재혼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있는 것. 또 '재혼자도 상관없다' 는 미혼 남녀들의 수도 하루가 다르게 많아지는 추세다.

재혼정보회사 '행복출발 (02 - 557 - 7525)' 은 11일 (오후 5시) 서울 논현동 늘봄공원 대연회장에서 '나 홀로 가꾸는 삶 그리고 재혼을 한다면?' 이란 주제로 이혼.사별한 독신자 4백여 명을 대상으로 행사를 마련한다.

김동길 교수의 강연.가수 현숙씨의 공연.단체오락.베스트 커플 선발 등이 주요 내용. "이혼.사별한 분들이 공개된 장소에 나서기를 꺼린다는 점에서 행사 기획 때 망설여지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간 상담 성과를 볼 때 한 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지요. " 행복출발 이상협 이사의 말이다. 올 3월 문을 연 행복출발은 현재 회원수가 6백여 명. 이제까지 결혼에 성공한 이도 60쌍에 달한다.

이번 행사는 재혼자들도 초혼자들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폭넓은 교제를 통해 상대를 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 실제 재혼을 상담해오는 이들의 표정도 밝아져 간다는 것. 행복출발 김지원 상담원은 "마치 우리가 무슨 교육이라도 시킨 것처럼 전화 거는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상담자들이 밝은 모습을 나타낸다" 고 말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02 - 550 - 6072) 도 재혼과 만혼팀을 따로 가동시키고 있는데 현재 재혼회원 수가 1천 2백여 명에 이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68년생 이후 젊은 여성들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 이들은 나이든 상담자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재혼과 만혼팀 김혜자 팀장은 "물론 상처를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혼 사실을 떳떳이 밝히고 새로운 상대를 구하려한다" 고 말한다. 나이든 상담자들이 상당히 신중한 반면 이들 젊은층은 '일단 사귀고 연애감정을 느껴보겠다' 는 자세다.

결혼정보회사 듀비스 (02 - 595 - 0049) 는 아예 초혼자와 재혼자를 분리하지 않고 소개해준다. 단 남성 36세, 여성 32세의 나이 제한 안에서다. 어떤 초혼자가 원하는 바람이나 조건이 어떤 재혼자와 맞으면 그도 함께 소개해준다고.

듀비스 임수열 기획실장은 "초혼자들에게 '재혼자도 상관없겠느냐' 고 조심스럽게 묻게되는 경우가 있는데 의외로 재혼자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 말한다.

최근에는 명문대 출신에 직업.외모도 좋은 미혼여성에게 초혼.재혼남성을 모두 소개, 결국 재혼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한 사례도 있었다.

흔히 재혼하는 남성의 경우 미혼여성을 더 선호 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왜 이혼했을까' 미심쩍어 하는 처녀들보다는 사정을 잘 이해해주고 마음이 통하는 재혼여성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총각이 재혼여성과 결혼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행복출발에도 '재혼녀라도 상관없다' 는 총각 48명이 회원으로 가입해있다. 듀오의 재혼과 만혼팀도 남성이 나이가 많으면 초혼여성과 재혼여성을 함께 소개하는데 이 때도 의외로 재혼여성을 선택하는 남성이 많다고.

"우리 사회가 서구화되면서 이혼에 대한 지독한 터부도 희석되고 있는 것 같다" 는 것이 이들 결혼정보회사들의 공통된 의견. 2년전 이혼하고 최근 행복출발 회원으로 가입했다는 이경숙 (가명.37.서울송파구 잠실동) 씨는 "처음에는 재혼상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꺼려졌지만 지금은 그런 느낌이 없다" 며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에 만족한다" 고 말했다.

통신상으로 재혼정보를 제공하는 탑클래스 (유니텔 GO REMARRI) 는 지난해 상담을 개시한 이래 2천여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통신상에서 상담이 이루어지는 만큼 회원들이 지식인층이 많은 것이 특징. 탑클래스 역시 젊은 회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혼과 사별은 극복하기 쉽지않은 상처지만 점점 상처의 기간이 줄어드는 추세임은 확실 한 것 같다.

이경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