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용 검찰총장 '특검제 생각하면 소화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공동여당이 진형구 (秦炯九) 전 대검 공안부장 발언 파문과 옷 로비사건에 대해 특검제를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진 6일 박순용 (朴舜用) 검찰총장이 법조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朴총장은 "특검제만 생각하면 소화가 안된다.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 이 제도를 꼭 해야만 하느냐" 며 식사시간 내내 고통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은 최근 사면초가 (四面楚歌) 다.

설마설마 하던 특검제가 결국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들은 정권차원에서 하는 일에 대놓고 반대는 못하지만 속앓이를 하는 모습은 확연하다.

대검의 한 간부는 "특검제는 사실상 검찰 조직을 무장해제시켰다. 수뇌부의 입장에선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마당에 사정 (司正) 이든 부패척결이든 일이 손에 안잡히는 게 당연하다" 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도 "그동안 검찰이 필사적으로 방어했던 특검제가 검찰 조직원의 실언으로 무너졌으니 하소연할 데도 없다" 고 곤혹스러워 했다.

조직 내부의 동요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정치 중립을 선언했으니 수뇌부가 특검제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朴총장은 이를 의식한 듯 "젊은 검사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같은 미묘한 시기에 수뇌부의 처신이 신중하지 않으면 조직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선 검찰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도 있었다.

대검은 이날 회식자리에서 맥주 대신 포도주스를 내놨다.

秦전공안부장 발언파문 이후 검찰 수뇌부가 내린 점심 폭탄주 금지령을 솔선해 지키겠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주스 놓고 점심먹는 이런 일도 검찰사상 처음" 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한편으론 특검제, 또 다른 한편으론 과거의 음주문화 청산이라는 힘겨운 과제를 검찰이 어떻게 풀어갈지가 주목된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