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사정거리 500km 미사일' 왜 꺼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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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사정 (射程) 거리 5백㎞ 카드' 는 다목적이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강력 대처하겠다는 의지 표시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햇볕정책을 뒷받침하는 '튼튼한 안보' 를 구체화하겠다는 뜻" 이라고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사정거리 5백㎞ 미사일의 개발 입장을 밝히는 장소로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장을 선택했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막는 군사전략적 대응수단을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극적 효과가 있다" 고 분석했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위협을 막을 확실한 수단을 보유하지 못해 부담을 안아왔다.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치를 때릴 수 있는 미군 토마호크 미사일은 즉각 한반도에 도착하기 어렵다.

우리 '현무 (玄武)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겨우 평양에 닿는 1백80㎞다.

반면 스커드 미사일은 대부분 평양 북쪽에 배치돼 있다.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성능면에서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

이런 '미사일 열세' 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한.미 미사일각서 (사정거리 1백80㎞ 미사일만 보유) 를 고치자고 미국측에 요구해 왔다.

미사일은 미국측의 사전 양해를 받아야 하는 미묘한 군사외교 사안이다.

그동안 실무협상 과정에서 미국측은 사정거리 3백㎞ 정도는 양해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꿨다.

3백㎞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 (MTCR) 수준. 이번 金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의 회담에서 이 대목은 확인됐다.

문제는 이보다 긴 5백㎞급 미사일에 대한 미국측 반응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미사일 확산 우려' 라는 말로써 우회적으로 부정적 자세를 보였다.

5백㎞는 백두산까지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우리 기술수준은 5백㎞급 미사일의 경우 한.미간 합의만 하면 2~3년 안에 개발.실험할 수 있다고 한다.

金대통령의 5백㎞급 미사일 개발의지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두 대통령은 한국의 5백㎞급 미사일 개발 문제를 실무협상에 돌렸다.

물론 협상대상은 장기적 논의 사안이다.

그렇지만 우리 군 관계자는 "답보상태인 한.미간의 전반적 미사일 협상이 풀릴 것" 으로 기대했다.

무엇보다 金대통령의 발언은 "북한과 미국의 미사일 협상에서 소외됐던 한국도 결정적 '카드' 가 있음을 과시하는 시위효과가 있다" 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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