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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임성숙 '가루가 되고 싶어진다'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는 서로를 알게 모르게

방어벽을 쌓았다.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쳤다.

보험 급제동,에어백을 장착했다.

이중삼중 비밀번호 세콤장치를 했다.

철마다 예방주사를 맞았다.

사방팔방 안팎으로 완전무장해 보이지만

요새일수록 막다른 골목이라는 걸

요새도 무너진다는 걸

요즈막에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지체없이…

- 임성숙 (林星淑.66) '가루가 되고 싶어진다' 중

이건 오늘의 우리 모두에게, 모두의 심장에 꽂히는 화살이다.

박힌 화살이 한번 떨다가 맞는다.

과녁을 뚫었다.

온갖 자기들, 온갖 자기들의 방어와 보호 암호, 그리고 여기저기 널린 안전장치들과 자기만의 비밀번호와 예방, 자기만이 치료되는 처방으로 무장한 오늘이다.

가슴 가득히 달린 북한 장군의 훈장이 떠오른다.

그렇게 오늘의 우리는 어디 하나 틈입할 부위 없이 '강철대국' 이다.

그러나 인간이 아니라 토치카다.

토치카 시멘트는 모래가 굳어진 것이다.

시인이 그걸 보았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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