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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태준 총재의 국회연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의 국회대표연설이 시중에 화제가 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공동정권의 한 축을 이룬 자민련총재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여권의 국정운영에 대해 드물게 솔직하고 냉철한 표현으로 자기 반성을 했다.

그래서 그의 자성과 처방은 무게를 더 느끼게 하고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주시대상이 되고 있다.

朴총재는 "오늘의 위기, 그 본질은 일련의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건의 핵심을 외면하고 민심의 흐름을 가볍게 여겼던 우리의 독선과 오만" 이라고 자책했다.

그는 "오만해지면 그 어떤 비판도 비난으로 들리고, 독선에 빠지면 그 어떤 잘못도 소신으로 착각한다" 고 진단했다.

이는 집권세력이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보인 어떤 반성과 진단보다도 정곡을 찌른 것이다.

朴총재는 또 "국민의 지지는 필수적이고 야당의 협력과 건전한 여론형성도 있어야 한다" 는 전제 아래 의혹사건들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과 잘못된 정책에 대한 과감한 시정 등을 통한 깨끗한 마무리를 강조했다.

민심과 전적으로 부합되는 처방이다.

정부의 특검제 전면도입 결정이 그의 이런 연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검찰에 대한 그의 인식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는 "검찰이 정치의 시녀로, 권력의 도구로 낙인받고 있다" 며 '검찰의 공황적 위기' 의 본질을 설파했다.

그는 "검찰의 생명은 공정하고 투명한 법집행과 원칙에 따른 중립적인 검찰권행사" 라고 못박아 검찰권의 정치적 남용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검찰의 홀로서기를 강력히 주문했다.

검찰이 이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사이나 새로운 검찰상 구현을 위해선 검찰은 朴총재의 이런 고언 (苦言)에 부응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朴총재의 가장 강한 메시지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정치가 없다" 고 전제, "정치개혁과 정치회복을 위해선 여당부터 먼저 달라져야 한다" 는 대목이다.

그것은 타협의 정치, 공생의 정치를 가능케 하는 정치환경을 여권이 만들지 않았다는 말이다.

여당의 변모된 자세를 통해 야당을 끌어안겠다는 의지에 기대가 크다.

우리는 朴총재의 이런 연설이 정부와 두 여당 수뇌부간의 사전 공감대 아래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이번 연설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민련과 朴총재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연설이라면 앞으로의 자민련 동향이 관심거리다 그렇지만 우리는 국가운영을 순리로 해야 한다는 朴총재의 이런 발언이 앞으로 현실정치와 국정운영에 바로 반영돼 참다운 개혁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아도 공동정권은 잇따른 의혹사건으로 민심수습에 고심하고 있는 때다.

그리고 朴총재와 자민련 역시 이런 연설을 연설로만 끝낼 게 아니라 실제 정치와 정책에서 실천하고 반영시키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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