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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푸른 생선 대신 흰살 생선 드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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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호 15면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제법 많다. 질병을 초기에 발견해 조기 치료하고, 각종 질병과 관련된 위험 요인을 미리 확인해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처음에는 별 이상 없이 깨끗하거나 비교적 간단했던 건강검진 결과가 해가 갈수록 뭔가 내용이 많아진다. 문제로 지적되는 사항 중 상당수는 식사와 관련 있다. 문제점이 많아지면 지켜야 할 내용들, 주의해야 할 음식들이 늘어난다. 특히 같은 음식을 놓고 권장되는 증상과 피해야 할 증상을 함께 갖고 있으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이것저것 다 피하다 보면 결국 먹을 게 없어 영양불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내게 맞는 식이요법은 ⑭ 심혈관계 질환과 통풍 함께 있다면

콜레스테롤과 퓨린 다 피해야
이를테면 ▶비만하고 ▶혈액 내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많고 ▶혈압도 높아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가 높으며 ▶통풍 위험이 크다고 판정받은 사람이 그런 예다. 이 사람은 체중을 조절해 심혈관계 질환과 통풍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 과식, 특히 고칼로리 음식이나 과음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실행이 어렵기는 하지만 혼란스럽지는 않다. 그런데 각각의 증상마다 권장되는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을 듣게 되면 내가 지킬 수 있고 없고를 떠나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건지 당혹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특히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음식이 그렇다. 간·천엽·허파·염통·곱창·모래주머니 같은 육류의 내장, 삼겹살·갈비 등 기름기 많은 고기는 이 사람이 가진 모든 증상을 줄이기 위해 공통적으로 주의해야 할 음식이다. 이 가운데 육류의 내장은 평소 늘 즐기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조금만 주의하면 먹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먹지 않아야 할 음식이 어패류라면 얘기가 다르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낮추려면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기 위해 육류 대신 해산물·두부를 먹을 것을 권한다. 그런데 오징어·장어 등 일부 해산물에는 콜레스테롤이 많다. 또 멸치·고등어·꽁치·청어·정어리·삼치 같은 등 푸른 생선은 일반적으로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을 위해 자주 먹을 것을 권고하는 식품이다. 그런데 혈액 안에 요산이 높은 사람들은 이런 등 푸른 생선과 가리비 등 일부 조개류는 피해야 한다.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등 푸른 생선을 먹어야 하는지, 혹은 통풍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피해야 하는지 딜레마에 봉착할 수 있다.

음식을 조절할 때 좋지 않다는 음식을 아예 먹지 않는 ‘모 아니면 도’ 방식을 택하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매일 콩·두부처럼 특정 음식만 먹을 수도 없고, 음식을 주의하다가 단백질 섭취 자체가 부족해질 수도 있다. 사실 등 푸른 생선이나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알려진 해산물은 일주일에 한 번 먹는 정도라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종류만 달리해 등 푸른 생선이나 콜레스테롤 많은 해산물을 일주일에 3~4회씩 먹는 건 아닌지 살펴보자. 그럴 땐 아예 다른 음식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할 필요가 있다. 콩·두부 이외에도 흰 살 생선, 기름기를 제거한 살코기는 좋은 단백질 식품이다. 굳이 등 푸른 생선이 아니더라도 동태·조기·갈치·가자미·대구·병어·임연수어·도미·은어·굴 등의 다양한 해산물을 이용할 수 있다.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을 위해 등 푸른 생선이 권장되는 건 그 안에 함유된 EPA·DHA 등 오메가-3계 지방 때문인데 오메가-3계 지방은 일부 흰 살 생선에도 많이 들어 있다. 특히 대구는 오메가-3계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대표적인 생선이다. 따라서 통풍을 걱정하는 사람도 등 푸른 생선이 아닌 다른 생선류로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에 필요한 수준의 오메가-3계 지방을 섭취할 수 있다.

단맛 나는 음료·후식부터 멀리
고탄수화물 음식도 혼동을 줄 수 있다. 케이크·사탕·과자 같은 단 음식과 밥·빵·국수·감자·고구마·떡·과일 등의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은 너무 많이 먹지 말 것을 권한다. 혈액 내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갈 수 있어서다. 그러나 탄수화물 섭취 비율을 낮추면 대신 지방 섭취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기름기 많은 음식은 비만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통풍과 관련해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주의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퓨린 함량이 낮은 음식의 대부분은 탄수화물이 많다.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엔 물론 퓨린이 적게 들어 있지만 많이 먹게 되면 결국 체중이 늘 수 있고, 이는 통풍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아지지 않도록 하되 우선순위를 정해 줄여 나가면 좋다. 가장 먼저 단맛이 나는 가공식품이나 후식·음료의 섭취를 줄인다. 다음으로 음식에 넣는 당분의 양과 간식으로 먹는 탄수화물 음식을 줄인다. 마지막으로 밥의 양을 확인해 양이 많다면 이를 줄인다. 개인 차는 있지만 대체로 한 공기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과일은 보통 크기 기준으로 한 개 정도면 적당한 양이다.

채소를 충분히 먹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일부 채소는 다른 채소에 비해 퓨린 함량이 다소 높지만 채소 내 퓨린 함량은 어육류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또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함께 먹으면 크게 문제되지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피해야 할 음식 종류가 많아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먹을 게 없다고 포기하기보다는 평소 자신이 잘 먹지 않았던 음식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음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절대로 안 먹겠다는 생각을 하며 좌절하는 것보다 먹는 횟수와 양을 줄여 나가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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