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깊이읽기] “면접 땐 약점 먼저 말하라” 심리학이 밝힌 성공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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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59초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이충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365쪽, 1만3800원

영국 허트포드셔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지은이는 요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자기계발 기법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예로 칭찬을 하면 아이들의 의욕에 높아진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칭찬을 받은 아이는 머리만 믿고 게으름을 피울 수 있다는 심리학 연구결과가 나와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검증 됐고, 1분 내의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으며, 일상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심리학적 충고를 책으로 정리했다. 이를테면, 실용심리학을 응용한 원포인트 인생 레슨이다.

특히 강조한 것이 구직 관련 심리학이다. 미국 워싱턴 대학의 채드 히긴스와 플로리다 대학의 티모시 저니는 대졸 구직자 100명 이상을 추적했다. 이력서를 검토해 자질과 업무능력을 측정하고, 면접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설문조사로 파악했다. 그 결과 자질이나 업무능력이 아니라 호감을 주느냐가 취업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유쾌하고 사교성 있는 사람이 회사 조직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인상을 면접관에게 심어준 것이다.

호감을 주는 말하기 기법도 소개한다. 예로 면접을 볼 때 자신의 약점을 일찍 말해두는 게 좋을까, 아니면 마지막 순간에 털어놓는 게 좋을까. 듀크 대학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존스와 에릭 고든은 특정인의 삶을 이야기한 테이프를 준비해 어떤 집단에는 면담 초기에, 딴 집단에는 말미에 이를 들려줬다. 그리곤 호감도를 조사했더니 시작 무렵에 고백한 사람이 호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점을 처음부터 노출하는 것은 솔직함의 증거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스캔들로 고생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청문회장에서 곤욕을 치렀던 고위공직자들이 이를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반대로 자랑은 나중에 하는 게 호감을 얻는 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겸손이 점수를 더 딴다는 것이다.

‘무대 중앙효과’라는 것도 있다. 여러 사람이 면접을 볼 때 한가운데에 있는 게 선택받기 쉽다는 것이다. 중요한 사람은 늘 가운데에 위치했다는 경험칙 때문이다. 가벼운 실수를 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욱 호감을 얻는다는 심리학적 연구결과도 소개한다. 이를 ‘실수 효과’라고 한다.

면접 때는 모든 사회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충고를 하나 소개한다. ‘자발적 기질전이 효과’라고 해서 남의 이야기를 전할 때 장점과 긍정적인 사례만 말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대신 항상 남의 험담만 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나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게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심리학이라는 과학의 즐거운 울림이 느껴지는 책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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